"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 (재주소년 2집 <Piece>)우리가 헤어지던 날공원을 적시던 비의 냄새와또 다시 만나자던 약속너의 동네를 지날 때 창밖을 보게 돼나란히 함께 앉았던 버스 맨 뒷 좌석에 홀로 앉아서생각에 잠기네이제는 흔적도 없는 긴 도로일 뿐사람들로 붐비는 서울거리는 무엇도 변하지 않았어두번의 계절은 가버렸어도 가방속에는 노란 수첩이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

작년말 한국에 오랜만에 다녀온 꼼지는 내가 정말로 짠하게 느껴졌나 보다. 그동안 모아진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그러모아 나를 위한 왕복 비행기표를 마련했다. 그것도 실컷 놀다 오라며 한달도 넘는 시간을 선물했다.
요즘 미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일년에 한번씩 한국을 오간다지만 그런 말들이 우리식구에겐 그저 우리보다는 훨씬 부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들렸을 뿐이다. 우리는 그들과 처지가 또 다르니까... 하면서 별로 개의치도 않았다. 우리보다 오래된 유학생들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는 '화려하고 편안한'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지난 칠년을 보냈다. 비행기로 적어도 열세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곳을 자주 가는 게 오히려 너무한 일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면서 말이다.
한국에 가보고 싶어하는 호빵과 번개를 두고 발길이 잘 떨어질런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로, 아이들 없이 혼자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있게 되는 건 처음이 될테니. 아이들과 다 함께 여름방학에 한국을 다녀 올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까지 내가 진짜 (마음이야 수만번이었지만서도) 한국에 가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더랬다. 아마도 최소한 이 삼년은 더 기다려야 그런 때가 오려니 여겼다. 네식구가 한번에 움직이려면 비행기값만 해도 천만원은 우습지 않게 들테니 말이다.
"기회가 되는대로 열심히 다녀야해. 무조건 다녀와."
꼼지가 한국행 표를 알아보고 있는 가운데, 정말 혼자서만 한국에 다녀와도 되는걸까 하고 묻는 나의 말에 따라온 주황의 대답이다.
정말 다녀와도 될까.... 마음은 벌써 한국에 가 있지만, 그래도 눈으로는 표를 내려다 보면서 여전히 똑같은 물음이다.
나에겐 단지 '두번의 계절'이 아니라 '일곱번의 계절'이 가버린 후인 지금, 막상 한국행 표를 들고 있는 현실이 재주소년의 노래처럼, '그래서 그런지' '낯설'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