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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라는 거

 | 하루
2010/09/02 15:59
사랑하는 언니에게

언니와 통화해서 즐거웠어. 아이들 얘기야 해도 끝이 없겠지만 별로 많이 하구 싶지는 않아. 그지? ^^ 애들 삶에선 우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 아이들이 주인공이니까 우리는 조연 역할만 잘 해주면 되겠지. 그리고 나선 우리도 우리 삶을 사는 데 열중 해야겠지.

뉴욕 간다고 좋아하다가 생각해보니, 오늘은 오빠 생일이야. 토요일이 재락씨 생일이라고 애들이 오늘 아빠에게 줄 카드와 선물을 준비 하고 있거든. 그걸 보다가 퍼득 생각이 났지. 오늘이 오빠 생일이라는 거.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엄마 생각은 오빠 생각으로 꼬리를 물곤 하지. 내가 자기 생일을 챙겨 주었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말하지만, 하늘이가 오빠를 아주 많이 닮았어. 하늘이가 바다한테 하는 걸 보면, 오빠가 나에게 해준 것들이 기억 나곤 해.

지긋 지긋한 시간들이 있었지. 지긋 지긋해도 절대로 떼어 낼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이 있잖아. 삶에는. 엄마와 오빠가 씨름하던 그 시간들이 나에겐 그렇지. 그걸 지켜보던 어린 나를 돌아 보면 그게 다 상처고 앙금이더라구. 상처나 앙금을 치료하는 방법은 자꾸 그걸 털어 놓는 거라는데, 아직도 나는 오빠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그렇게가 안되네. 그러니 평생 지고가야 할 마음의 짐이 되겠지.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고.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테지만, 난 아무 것도 안하고 사니, 그게 다 살면서 짓는 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한국엘 가게되면 '지긋 지긋'해도 오빠를 꼭 만나야지. 웃으면서 만나고 싶어. 그때까지 잘 있으려나 모르겠네. 치현이 한국 가는 길에 오빠 티셔츠라도 하나 보낼껄 생각을 못했어.
작은 선물이라도 내가 보내주면 좋아할텐데 말야. 기회가 오겠지.

언니, 나, 그리고 오빠. 각기 다른 삶이지만 다 연결되어 있는 삶이지. 그게 형제인가봐. 이제서야 그런 걸 깨닫고 있어. 우린 뉴욕에 갔다가 월요일 밤에 돌아 올꺼야. 애들은 화요일부터 개학이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잘 지내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언니를 둔 동생으로부터.


'오늘이 오빠 생일이야'라고 말 할 사람이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 언니 하나 뿐이더라. 내가 '오늘이 오빠 생일이야'라고 말하면 꼭 나만큼 삶의 쓴물이 목구멍에 차오를 사람이 딱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중 첫번째가 언니더라. 그래서 언니에게 편지를 쓰고 보니, 이제껏 퍼올려 치료하지 못한 고름 덩어리를 나도 모르게 쓰다듬기 시작한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더라. 아닐지도 모르지만, 길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올려 둔다. 내가 언니에게 보낸 편지.

언니와 오빠는 나의 일이지만, 이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리라. 사는 게 도 낀 개 낀이니까. 어느 형제 있는 사람이 자기 피붙이에 대해 단맛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으랴. 내 형제 이야기를 할 때, 자기 형제를 생각 할 사람도 있겠지. 그럼, 이 글도 뭔가 존재 이유가 있을테지... 궁시렁 궁시렁....

2010/09/02 15:59 2010/09/02 15:59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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