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건 여자 아이 건 피아노를 한 두해 이상 배운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큰 문제점이 있다. 손모양이 좋지 않다는 거다. 손목 아래로 손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엔 14개의 관절들이 튀어 나와 있다. 어린 아이들일 수록 뼈가 완전히 굳어지지 않아서 이 뼈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릴때 악기를 잘못 배워서 손모양이 나쁘게 굳어지면 안좋다는 이야기는 이때문이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뼈도 어떻게 성장해 가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거다.

피아노에서 손모양이 바르지 않은 아이들은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 주로 많은 아이들이 손톱 바로 위에서 꺾어지는 관절이 힘없이 무너져 튀어나오기는 커녕 안으로 굽어진 형태를 보인다. 그렇게 계속 치다보면 고르고 예쁜 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경우는 엄지에 있는 두 개의 관절 중 손목에 가까운 관절이 안으로 들어간 경우다. 이 경우는 위의 경우에 비해 드물지만 좀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피아노를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치게 될수록 더 큰 여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증이 생긴다. 이 손모양으로 피아노를 많이 치면 그 관절을 사용하게 될 때마다 아프다. 그리고 한번 이런 모양이 굳어지면 그에 따른 근육도 다르게 자리잡기 때문에 새로운 근육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건 나의 경우 이기도 한데, 새끼 손가락의 관절이 약한 경우도 있다. 새끼손가락의 두번째 관절 (손톱 쪽에서) 이 약해서 무너지는 경우다. 이 경우도 위의 두번째 경우처럼 한번 굳어지면 회복하기가 아주 어렵다. 난 이 관절을 어려서 잃었다. 특히 왼쪽이 더 심한데, 오른쪽도 새끼손가락으로 지속적인 큰 소리를 내야 할 경우에는 이 두번째 관절이 완전히 없어져 버리면서 심한 통증이 온다. 그래서 장시간 연습을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까, 손모양이 바르게 잡히지 않으면, 아이가 음악을 좋아하고 재능이 많을 수록 고통을 받게 되거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좌절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나 또한, 대학에 가서야 선생님에게서 나의 관절이 참 희한하고, '어떻게 이 손으로 지금까지 피아노를 쳤냐'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전 선생님들은 나의 손모양이나 관절들에 대해 기억할만한 이야기나 특별한 교정을 언급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없었던 거다.

대학 진학을 위해 긴시간 동안 새끼손가락을 쓰면서 통증이 심해서 찜질을 하거나, 때론 더이상 연습을 할 수 없어 쉬면서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저, 내 손가락은 왜 이모양일까 하며 연습을 쉬는 거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대학 시절, 그 선생님께 내 손가락 관절들에 대한 지적을 받은 후, 그때서야 정확히 왜 난 모차르트를 맘에 드는 고른 소리로 치는데 특히 어려움이 있고, 왜 새끼손가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에서 통증이 오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 관절을 고치고 계속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는데는 실패했다. 이미 난 성숙할 만큼 성숙한 피아노 전공자였고. 그걸 알게 된 이후는 오히려 상당기간 좌절했고 포기하는 쪽으로 맘이 기울었다. 물론 연습도 하기 싫었다. 다른 여러가지 이유도 있었지만 1년을 휴학하고 음악안의 다른 전공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배운 기간에 비해서 악보나 리듬을 빠르게 또는 잘 못 읽는다면 그건 다시 차근 차근 가르치면 된다. 또는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만들어서 계속 반복시키면 훨씬 나아진다. 하지만, 나의 경우처럼, 손모양이 바르지 않을 경우, 그건 단번에 고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아이와 선생님만의 활동으로 부족하다. 아이와 선생님과 부모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정하기 어려운 만큼 아이가 그것 때문에 피아노를 치는 일이 두려워지고 싫어 질수도 있다.

선생님이 아이를 격려하면서 아이와 부모가 다 함께 손모양을 바로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반드시' 좋은 손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으면, 이렇게 큰 문제점인듯한 손모양도 빠르고 편안하게 교정할 수 있다. 나도 그 점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을 땐 아이들을 제대로 교정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 그걸 마음 깊이 깨달은 이후로 몇 아이들이 놓치고 있던 근육과 뼈들을 빠르게 회복해 가는 걸 직접 목격하면서 이제는 부모와 아이에게 그 점에 대해 더욱 힘있게 말해 줄 수 있게 되었다.
2010/06/06 15:37 2010/06/06 15:37
Posted by 꼼미
내가 가르친 가장 어린 남자 아이는 유치원생들 (대체로 만 다섯살) 이다. 그보다 어린 남자 아이는 아직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여자 아이의 경우는 네 살짜리도 몇명 있었다. 평균적으로 (평균적으로라는 말은 '결코 다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남자아이들의 성숙도가 여자아이들에 비해 낮다. 같은 유치원생이라도 여자 아이들은 남의 말을 이해하고 따르는 능력이나 집중하는 정도와 시간이 남자 아이들에 비해 좋다 (때론 월등히).

특별히 더 어른의 말을 잘 따르지 않고, 활동에 집중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있는 남자 아이에게 어떻게 피아노를 가르칠때는 많은 고민이 따른다. '모든 아이들은 음악을 배우고 할 수 있다는' 스즈키의 말에 적극 공감하는 나는, 그 고민이 해도 해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새로운 유치원생 남자아이가 왔다. '남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 전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번 단 15분만 피아노를 해왔다고 한다. 그것도 쉽지가 않았단다. 아직 아이는 피아노에 거의 흥미가 없어 보였고 그만큼 피아노 위에서 알고 할 수 있는 것들 또한 거의 없었다. 완전히 새로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 아이는 머릿속에 알고 있는 지식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알고 있을까를 계속 시험해 보면서 그걸 스스로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는 거다. 일단, 15분을 기본으로 하기로 하돼, 아이가 집중하는 정도를 봐서 30분까지 늘여 보도록 엄마와 합의를 했다.

예상대로, 피아노를 하자는 말에, 2층으로 뛰어 올라가버리는 그 남이를 일단 피아노 앞으로 불러 오는데도 뭔가 기재가 필요하다. 일단 이번엔 피아노 위의 쵸콜렛 단지와 냉동실에 얼려둔 막대 아이스크림을 이용했다. 피아노를 하면 그걸 상으로 받을 수 있을 꺼라는 점을 상기시키 주었다.

아직도 자세는 반쯤 뒤의 엄마를 향하고 있어도 자리에 앉은 것만 해도 성공. 집중도가 짧고 작은 일에도 금새 방해를 받는 아이들에겐 가능한한 활동시간은 짧아야 하고 아이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공의 정도는 커야 한다. 그래서 피아노 '게임'을 할꺼라는 걸 강조해 했다. 먼저, 하얀건반과 검은 건반 그리고 2개짜리 검은건반과 3개짜리 검은건반을 가지고 아이와 묻고 답하는 게임을 한다. 시키는 대로 잘 할 때마다 크게 환호하고 그걸 종이에 아이가 볼 수 있도록 표시를 했다. 'You won one!'
세개 정도를 계속 잘 맞출때까지 같은 활동을 계속 했다. 아이가 웃는다. 단 몇분이지만 아이가 집중했다. 한 활동을 잘 했다는 표시로 이번에 '빨간 별표'를 기록했다.
"You earned a big red star!

 다음 활동은 손가락 번호. 내가 특정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 번호를 얘기하는 게임을 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짧게. 세번을 연이어 잘 맞추면 다음 활동으로 큰 별 하나를 주고 넘어 갔다.

활동에 변화를 주되 각 활동들은 잘 연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엔 건반 위에서 첫번째 했던 활동 (2개짜리 검은 건반과 3개짜리 검은 건반을 왼손과 오른손 주먹을 이용해 치기) 과 손가락 번호 활동을 합쳤다. 아이에게 ABCDEFG 중 가장 좋아하는 알파벳이 무엇인지 묻고 그걸 2활동을 연계 해 찾게 하는 거다. 아이는 가장 먼저 D를 골랐다. 피아노 위에서 D는 2개의 검은건반 사이에 있으니 왼손 또는 오른손으로 2개짜리 검은 건반을 주먹으로 치개 한 후 (1번 활동) 3번 손가락으로 (2번 활동) 그 사이의 흰건반을 치게 하며,

"This is your most favorite one, D!!"

이 활동까지 아이는 재미있게 집중했다. 그리고 별 세개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좀 어려운 활동을 시도했다. 이번에 지금까지 배운 걸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거다. 지금까지 활동에서 남이와 내가 소통한 짧은 공식들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먼저 만들고 그 공식을 보며 내 음악을 치게 했다.

"2BK + L - 3 (2검은건반을 + 왼손으로 - 세 번 치기) / 3BK + R - 2 (3검은건반 + 오른손 - 2번치기)"

위의 것을 이어서 치면 짧은 음악이 된다.

남이가 내가 만든 것을 치는데 두 번쯤 실패하고 한 번 쯤 성공했다. 그리고는 집중을 잃었다.
뒤에 있는 엄마를 돌아 보며, 자기 너무 많이 했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를 설득해서 마지막 짧은 활동을 마치게 하는 거다.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하거나 아이를 꼬셔서 설득해 내지 못하면 아이를 가르치는데 어려움을 겪게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는 '내 맘대로 엄마나 선생님을 주무를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되서 지도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성향을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

아, 어려운 순간! 일단은, 아이의 감정을 들어 주었다. 정말 열심히 많이 했다는 것.

"I know you feel tired. You worked so hard and did really good job. You are really doing good!!"

더불어 지금까지 별 3개를 얻었고 별 한 개만 더 얻어서 4개가 되면 쵸콜렛 한개뿐만 아니라, 막대하드까지 받을 꺼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너무 잘했지만, 선생님은 네가 만든 음악이 꼭 듣고 싶다고. 해보자고.

남이가 다시 반응을 보였고, 내게 자기의 음악을 불러 주었다.

"2BK + L - 2 (2검은건반을 + 왼손으로 - 두번 / 2BK + R - 2 (2검은건반을 + 오른손으로 - 두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이건 남이가 만들어낸 남이의 음악이다. 그걸 내가 쳤다. 그리고 남이더러도 자기의 음악을 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아까 만든 내 음악을 치고, 남이는 남이 것을 치라고 했다. 남이가 자기 것을 완전히 잘 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활동은 재미있게 마쳤다.

남이가 가진 피아노 교재에서 활용한 건, 어떤 남자 아이가 피아노 앞에 좋은 자세로 앉아 있는 그림 하나. 남이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그걸 다시 함께 보았다. 자세가 좋을 때는 네 자세가 꼭 이 그림의 아이 같다고 칭찬해 줬다. 나머지 활동들은 모두 교재 없이 진행했다. 당분간 목표는 아이가 피아노 위에서 '혼자', 뭐라도 기억하고, '음악적인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별 네 개를 얻고서 남이는 신나게 막대하드를 먹었다.. 물론, 쵸콜렛 하나도 함께.

남이와 내가 피아노 앞에서 벌인 활동은 거의 30분 정도. 위에서 말했듯이 짤은 힘겨루기 (아이를 가르치는데는 이런 '힘겨루기' 가 반드시 존재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이던, 선생님과 학생 사이이던, 사람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과의 힘겨루기에서 자신이 이긴다는 걸 경험하게 되면 아이는 마치 주인말을 전혀 아랑곳않는 강아지같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또는 신경전이 있기는 했지만 무난히 잘 진행되었다. 15분 동안 하는 것도 힘들어 한 아이가 첫 렛슨에 30분 가량의 활동을 별 탈없이 했으니 큰 일 한 셈.

무엇보다 활동 중, 누구도 크게 좌절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활동을 잘 마쳤으니 오늘 렛슨은 '좋았음' 이라고 적어 두기로 한다.
2010/06/06 15:35 2010/06/06 15:35
Posted by 꼼미

피아노 조율

2009/11/04 11:03
조율사가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피아노 조율 소리를 들은지가 언제던가.

조율한지 얼마나 됐냐는 조율사 (이렇게 부르는 건 너무 인간적이지 않게 들린다. 차라리 그냥 데니스이라고 하자), 데니스의 물음에 한 삼년 넘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창동 상가 주택에서 이 피아노를 들여 놓고,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부조율사로 계시던 여자분한테 조율을 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호빵이 애기였을 때니, 족히 10년은 됐을게다. 그런데 그때의 조율이 참 훌륭했다. 내 영창 피아노도 참 괜찮은 편이지만, 난 그때의 조율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울림도 내마음에 들고, 음정도 오랫동안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수많은 (이역만리 미국까지!) 이사를 거치면서, 마침내 전체적으로 피아노의 음정이 떨어지고, 최근 몇년 사이에는 화음을 칠 때 귀에 거슬릴 정도로 음정이 맞지 않게 되었다. 건반의 울림도 갈수록 답답해지고, 낮은음쪽과 높은음쪽의 소리 크기의 균형도 잘 맞지 않아서 좀 섬세한 연습이나 연주를 하려다 보면 손가락의 힘조절을 전과 다르게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조율사를 찾을 보장이 없는데다, 한번의 조율은 최소 $100 (현재 14만원 정도 되나?) 의 돈은 지불하기 때문에 선뜻 조율을 결심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또 언제 이사를 하게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미시건으로 이사와 벼르고 있던 조율이 문선생님을 만나면서 해결 되었다. 연주회용 피아노와 가정용 피아노, 두 대를 소장하고 계신 선생님에게 조율사를 추천해 주십사 했던 거다. 전화번호를 받아 시카고를 가기전 약속을 잡고, 드디어 오늘, 이른 아침부터 쌀쌀한 날씨 속을 달려온 데이빗이 내 영창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88개의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하나씩 음정을 맞추고 (tuning), 다음엔 개별 음들이 잘 어울려 독특한 음악적 소리로 어울리게 (voicing) 한다. 피아노는 피타고라스 콤마라는 수학적 오차를 무시하면서 각각의 진동수차를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가진 (우리가 잘 구별할 수 없는 차이로) 12개의 음계의 짝을 8개 가량 (8개가 채 안되는, 12X7=84) 가진 악기다. 이 오묘한 오차가 음과 음 사이에서 더해지고 빼지면서 피아노 자체가 가진 음색이나 성질과 더불어 또 다른 음색이나 성질을 갖게 된다. 음질 조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음정을 기계처럼 잘 맞추는 게 조율사의 기본적인 기술이라면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대로 음질을 만들어 주거나 피아노가 가진 최대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게 좋은 조율사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와 같은 피아노와 조율에 대한 새삼 환한 빛을 얻은 건 텍사스 대학원을 다니던 마지막 학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히 개인적으로 읽었던 Grand Obssession (Perri Knize2008) 에서다. 40이 다되어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게 된 이 환경관련 저술가가 경험하고 열어간 그랜드 피아노와 조율의 세계는 내게도 휘황찬란하게 보일만큼 새롭고 깊었다. 늘 이 책에 대한 길고 긴 감상을 올리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여지껏 실행하지 못했지만, 주황에게 이 책을 소개해서 그애가 이 책에 대한 감동과 더불어 첼로를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이 책을 읽고 내가 얻은 또다른 '실제적인' 수확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나 또한 피아노를 다시 보고 다시 즐겼다. 뿐만 아니라, 이젠 의미없이 반복되는 각각의 음들을 몇시간이 넘도록 들어야 하는 조율 시간이 새로운 기대감으로 차오르는 걸 느낀다.

데니스, 조율 잘해주세요~
2009/11/04 11:03 2009/11/04 11:03
Posted by 꼼미
미시건돌이 선배가 편곡 해서 연주한 플룻과 피아노를 위한 젓가락 행진곡이다. 석사 졸업 프로젝트 이후 악기 합주 활동에 손을 놓고 있는 참인데, 젓가락 행진곡도 피아노와 현악기들로 편곡해서 연주해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악기를 막 배워가는 학생들을 위한 좋은 합주 음악들을 편곡 하거나 창작하고 연주할 기회를 주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이 (또는 아마추어 연주자들) 음악을 창조하는 것, 그러니까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가를 이론 (머리) 이 아닌 경험 (몸) 으로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왜 자신이 악기를 연습하고 평생동안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선배를 만난 건, 대학교 1학년 2학기, 음대신문 편집원으로 들어 갔을 때. 피아노과의 희귀한 (!) 남학생이었던 - 당시 전 학년을 통틀어 유일했지 싶다 - 선배는 음대신문의 기자였을 뿐 아니라 만화기자이기도 했다. 재주가 많았던 사람이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남자는 문학적이지도 않고, 사회나 정치 같은 데 관심도 없어,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다고 믿었던 나의 편견에 도전이 되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미국에 유학 와 현재는 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 듯하다.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음악을 실천하고 즐기며 살고 계시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 뿐만 아니라 몸으로 하는 음악 말이다. 같은 미시건에 살고 있다는 게 가끔 신기하기도 하고 문득 문득 새삼 반갑기도 하다.
2009/07/25 13:53 2009/07/25 13:53
Posted by 꼼미

악기 연습

 | 음악
2009/01/15 18:0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창문, 거울, 화초. 악기연습 필수요소.

비올라 연습을 한 일년 가까이 꽤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통 늘 기미가 없다. 아무래도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탓이 아닐까 싶다. 백수가 된 이후로 악기연습 항목을 책상 머리맡에 붙여 놓고 가능한 한 매일 연습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연습은 몰이밥 먹기 식이 되기 일쑤다. 일단 악기를 한 번 잡으면 두 시간은 후딱이다. 억지로 멈추려고 해야 2시간이 좀 넘어 끝내진다. 피아노든 비올라든 말이다. 뭐 다른 일 좀 한다 싶으면 또 연습을 거르기 일쑤다.

연습을 안하고 지나가는 날도 문제지만, 무슨 먹고 살자고 악기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악기 연습을 세시간 가까이 하게되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악기연습을 하다보면 다른 건 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러니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씩만 매일 하면 좋으련만.

뿐만 아니라, 도대체, 나의 뇌는 다 썩어 없어진 건지, 피아노 곡은 당최 외워지질 않는다. 암보에만 집중하고 연습해오고 있는 곡이 세 곡쯤 되는데 아직도 제대로 반을 암보로 연주하지 못하니 말이다. 도대체 예전엔 어떻게 그 곡들을 그렇게나 '빨리' 외워서 쳤을까 말이다. 하긴, 우리집의 번개돌이를 보면, 악보를 아주 잘 보는 편이 아니면서도 어찌 외우는 건 저리도 빠를까 싶게 후딱 후딱, 체르니 연습곡도 후딱 외워 치고는, "I played it all through with memory.." 하곤 한다.

근데 말이다. 그게 뭘 하자고 하는 짓이 아니다. 연습 자체가 황홀경 (이렇게까지 과장해도 될까 몰라...)이다. 어릴땐, 난 연습할 때 늘 잡생각이 더 많아지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규정 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예전에 한창 연습할 땐, 비록 오전 오후로 나누어지는 악기 연습이긴 했지만 하루에 최소 5시간이 목표였다.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대체로 그 정도는 규칙적으로 연습했던 것 같고. 당시 친구들 사이에는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는 다 연습하는 애가 누구 누구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고 도는 때였으니 제대로 하려면 최소 하루에 8시간 이상씩은 매일 연습해야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5시간 매일 매일하면 나처럼 대학은 간다.(거 참, 굉장히 한심하게 들리는 말이군...). 최근 나이들어 하는 연습은, 연습만 시작하면 아무런 잡생각이 없어지는 거다. 그거 손가락 놀림, 그저 소리, 그저 다른 음악, 그저 좀 더, 여기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여긴 증말 좋아, 아, 멋져. 좀 더 잘 칠 수 있다면, 조금만 더 하면 외울 것 같은데... 등등등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져서 한 번만 더, 한 곡만 더, 더, 더.... 하다보면, 꼼지가 "거 좀 심하네..." 라든가 "이젠, 그만 좀 하지..." 라든가 해서 휴일 연습을 남모르게 눈치가 뵈여 평일날 한답시고 하면, 평일엔 밤 10시를 넘어가서 동네 눈치가 보여야 내일을 기약하며 겨우 멈추곤 하는 거다.

그런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악기 연습없이 헛짓으로 하루가 간다.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 30십분이라도 연습하고 가야겠다. 아이들 데리러 가야 하니 딱 30분이다.
2009/01/15 18:06 2009/01/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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