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참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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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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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습다


최승자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늘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투병 중인 최승자의 신작인 이 시의 나이에 대한 생각이 기가 막혔다. 어찌나 이렇게 일반성과 전형성의 합치를 잘 이루어 내고 있는지. 난 내가 아직도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한다고 생각해 왔다. 나이 사십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나이는 이십이거나 많아야 삼십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으로 마음의 나이를 인정하는 건 죄악처럼 여겨지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치졸한 사춘기적 감정을 잔뜩 안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런 감정조차 말끔히 정리하지 못한 내가 어찌 우아한 사십일 수 있어, 또는 오십다운 오십이 육심다운 육십이 될 수 있겠어'라는 마음인거다.

최승자 시인도 그랬을까. 나처럼 구차한 삶의 찌꺼기, 감정의 잔여물이 너무 많아서 그냥 철없는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살고 싶은 걸까. 알 수 없다. 그저 그녀가 무작정 젊음을 욕망하는 마음에서 이런 시를 토해 놓았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어찌 했거나, 나처럼 사십 먹은 그 누구 중에도 자기가 먹은 나이만큼 삶이 만만하고 확신뿐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사십의 생도 철없고 오십의 생도, 또 육십의, 칠십의 생도 우린 늘 불안하고 불확실하니까. 사람이니까 말이다.

먼길 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딛어야 할 그 걸음 걸음을 그냥 사랑해 주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 걸음이 없이는 사는 것이 아닐테니까.


덧글: 최승자와 나의 나이에 관한 이런 생각은 이창래의 <Aloft> 에서도 합쳐져서 관련글을 꼼미의 서재에 따로 올렸다.
2010/04/15 11:38 2010/04/15 11:38
Posted by 꼼미

바다와 우리 엄마

 | 하루
2009/06/02 10:52
돌아가신 우리 엄마는 내가 둘째 바다를 낳자 나 도와준다고 창동에서 수원까지 그 먼길을 지하철과 버스를 몇번씩 갈아 타며 매주 오셨다. 집으로 돌아 가실 때는 혼자 남아 아이 둘을 돌볼 딸이 안스러워서 늘 발걸음이 무거우셨다. 변변한 차비나 용돈도 받지 못하면서도 딸과 사위와 손주들이 예뻐서 늘 오셨던 길.

바다의 열번째 생일날 아침, 공복에 속은 쓰린데도 엄마 생각에 밥숟갈을 뜨기가 힘들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엄마, 우리가 그렇게 별나다고 했던 바다가 열살이 되었어요. 엄마가 별나도 별나도 강아지가 어찌 이리 이쁘냐며 키워 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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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2 10:52 2009/06/02 10:52
Posted by 꼼미

단 것에 대한 기억

2009/03/16 19:36
최근 이젠 아주 드러 내 놓고 단 것과 함께 사는 나를 본다. 책상 위, 컴퓨터 옆에는 지난 번 발렌타인 날에 학생 하나가 선물했던 쵸콜렛 컵은 이젠 아주 떡하니 자기 자리를 꿰어 찼다. 컵이 빌새라 알록달록한 키세스 쵸콜렛을 채운다. 한편으론 피아노 위에는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에게 피아노와 더불어 즐거운 기억을 주자고 올 때마다 상처럼 주는 쵸콜렛이며 사탕을 채운 조그만 상자가 마련돼 있다. 나 역시도 악기 연습 때 심심치 않게 즐기는 간식이다. 또는 작은 비닐 봉지에 다양한 사탕들을 챙겨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며 심지어는 음악회에 가서도 짬짬히 그 단 것들을 쪽쪽 빨아 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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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친 한국식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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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쵸콜렛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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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얹은 커피

커피에도 단 것들을 팍팍 친다. 내린 커피에는 크림을 듬뿍 얹어 마시고, 한국 자판기 맛 커피를 마실 때는 물을 조금 줄이고 대신 우유를 조금 넣은 다음 소금을 약간 뿌린다. 그럼 단 맛이 더 강해지면서 정말 한국 맛(?)이 난다. 사실 커피에 소금을 타는 건, 내가 내 첫 피아노 스승인, 길음동 언니네 집을 들락 거릴 때 예쁜 것과 먹는 것에는, 특히, 예쁜 것을 먹는 것(!)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언니에게서 배운 비법이다.

단 것을 좋아 해 온 편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주변을 단 것들로 채웠던 적은 없다. 나이를 먹으면 단 것이 땡긴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공감을 일으키면서 내 기억 속의 단 것과 관련된 일화들이 떠오른다.

종로에 사셨기 때문에 오랫동안 종로 할머니라고 불렀던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는 앉아 계신 자리 주변을 사탕, 껌, 단과자 등등을 장식하셨다. 내가 내 꼬마들을 낳고 나서 할머니는 우리 애들에게 늘 그 단것들을 함께 먹자고 꼬드기셨다. 그럼, 당연 꼬맹이 우리 아가들은 좋아라 재롱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할머니에게 조막만한 손으로 안마도 하고 그랬던 거다.
 
우리 엄마 역시 쵸콜렛을 좋아 하셨던 것 같다. 엄마 생일날이면 내가 당시는 한봉지에 제법 돈이 비쌌던 사탕처럼 한개씩 포장된 쵸콜렛을 사서 예쁜 병이나 상자에 담아 편지와 함께 선물하곤 했다. 그럼, 엄마는 그 어떤 고급스런 선물만큼이나 기뻐하시면서, "역시 네가 엄마 맘을 아는구나.."하시면 냉장고 문짝에 넣고 심심찮에 꺼내 드셨다 (물론, 나도 간혹 꺼내 먹었더랬다).

나의 언니는 중학교인가에 이미 170 에 이르렀던 키에도 40kg 을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한결같은 말라깽이다. 함께 목욕을 할 때면 깡마른 언니의 등은 내 힘으로 밀어도 목욕 후면 등뼈를 타고 딱지가 쪼르륵 생길 정도록 뼈와 껍데기로만 이루어진 체구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언니는 이미 삼십대의 시작부터 (아님, 그 이전부터) 쵸콜렛이나 사탕들을 들고 다녔다. 가방안에. 또는 차 안에. 키세스 쵸콜렛은 언니의 단골 친구. 아이들을 낳은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쵸콜렛을 꽤 많이 먹는 편이다. 언니의 그 부티나는 쵸콜렛들을 볼 때마다 음.... 나도 좀 들고 다녀봐 하는 생각들을 하곤 했지만, 그렇게까지 단것이 땡기지 않았던 나는 그저 지나가면 잊어 버리곤 했다.

한편, 꼼지와 연애를 할 때에는, 특별한 애정의 표시로, 쵸콜렛이 들어간 과자를 받곤 했다. 도서관에서 머리를 묻고 공부하고 있으면, 느지막히 나와서 나에게 구박을 받은 꼼지가 또는 그 구박을 모면할 생각으로 그 쵸콜렛 과자 (이름이 뭐였더라...) 를 내 팔밑으로 쓰윽 내밀곤 했다. 그럼, 그걸 공부하면서 야금 야금 먹었다. 쵸코칩 쿠키 였던가? 그 과자를 내가 특히 좋아 했더랬다. 그걸 기억하고는 내게 사랑의 표시를 할때는 대체로 그걸 내밀곤 했던 것 같다. 아님, 허쉬 쵸콜렛.

미국에 와서 단 것을 즐기는 사람을 본 건, 우리 하얀머리 교수다. 하얀머리 교수 방에서 모임을 할 때면, 그 특유의 환한 웃음과 함께 쵸콜렛이 담긴 컵을 내어 놓으셨고, 개인면담이 있거나 일대일 수업을 할 때에도 문을 나서는 내게 힘내라며, 그리고 잘 하고 있다며 귀한 보석 하나를 건네주듯 쵸콜렛을 주셨다. 때로, 넉넉한 쵸콜렛이 없을 때는, 마치 뭐 큰 잘못이라도 하신냥, 우리에게 미안해 하셨다. "자네들, 오늘 모임 너무나 잘 해 주었는데, 사탕이 부족해서 어쩐담. 내 다음에는 꼭 넉넉하게 줄께..." 하시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 다음엔 그 모임에 내가 쵸콜렛 한 봉지와 귤 한 다발을 가져간 적도 있다. 물론, 무지 무지 좋아 하셨다. 진심이셨다고 나는 믿는다...ㅋㅋ

생각해보면 단 것과 관련된 기억들은 대체로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애틋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이고 보니, 이러다 아랫배에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단 기름이 잔뜩 끼게 될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단것을 멀리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달콤한 사랑의 느낌처럼, 허전할때마다 즐길 요량이다.
2009/03/16 19:36 2009/03/16 19:36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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