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꼼지랑 둘이서 놀아 볼까 했었다. 같이 장보러도 가고 책방에 가서 늘어진 시간도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에서 주중 저녁 이틀을 장장 세시간씩 보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시간이 휙휙 간다. 방학인 꼼지와 지금 시간을 많이 보내 놓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나의 유일한 친구인 꼼지가 배신을 때리고 학교 가버렸다. 요구한 적도 없는데 (이제는 더이상 기대하지도 않는구먼), 연구실 가서 '절대 한국 뉴스, 한국 드라마 안보고 공부하겠다'는 손가락까지 걸어 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혼자 남았다. 문선생님께 전화가 와서 다른 사람과는 잘 떨지도 않는 수다를 떨고, 안경까지 쓴 김에 내처 다시 쓸데없을 글들로 독백 해대고 나니 점심때가 되어간다.
바이올린 연습하고 책이나 봐야지 했는데 그럴 시간이나 있으려나 모르겠다. 세수하고 옷입으면 아이들 올시간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오랜만에 말로도, 글로도 수다를 떨어댄 날이니 오늘만은(흠!) 모든 걸 용서해 주기로 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