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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2 우리에게 잠재된 다양한 능력

르네상스인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남긴 뛰어난 족적들은 그가 살았던 시대 조차도 그의 발아래 무릎꿇게 하였다. 그를 통해 '르네상스인'이란 수식어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니 말이다. 미술, 음악, 문학, 건축, 수학, 과학, 의학 (해부학) 등등 말그대로 종합선물세트 인간이라고 해야 할만큼.

레오나르도 다빈치 만큼은 아니더라도 곳곳에 숨은 종합예술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음악교육학을 공부하던 한 친구는 전문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였지만, 비올라나 첼로 같은 동종의 현악기들은 물론이고,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칠 뿐 아니라, 노래는 성악 전공자에 가까우리만큼 정확하고 아름답게 부르며,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자신이 그려 방 벽 여기 저기에 붙여 놓은 추상적인 그림들을 예로 삼고는 했다. 그보다 더 나와 친했던 또 다른 친구는 바순을 연주하는 음악교육학 전공자로 틈틈히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 친구 역시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어도 피아노를 곧잘 치고 스페인어를 잘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의 민속 노래들을 외워 부르는데 수준급이라 음악인류학과 공연에 늘 불려 다니곤 했다. 미국에 살게 된 이후로, 이런 현상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어서, 바다가 활동 중인 미시건 플린트 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한 대학생이 작년에는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를 담당해 연주 했고 그 전 해에는 오보에를 맡았었다는 얘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 끄덕 했을 뿐이다. 같은 오케스트라의 7학년 소년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에서는 첼로를 연주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Marche Slaves> 에서는 피아노를 담당하고 있다.

오늘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들이다. <랩소디 인 블루> 와 <파리의 아메리카인> 으로 유명한 조지 거쉰 (Georgy Gershwin,  1898-1937) 이 음악에 매료된 건 10살 때 친구가 치는 피아노를 듣고서였다고 한다. 그의 유명한 생애에 비할 때 음악을 시작한 시기는 결코 빠른 것이 아니다. 또한 그의 부모님이 피아노를 집에 들여 놓았던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닌 그의 누나를 위해 서였다. 하지만, 10살 이후로 그 피아노를 더 열심히 쳤던 건 조지였다고 한다. 그의 누나 역시 전문 피아니스트로서 수입을 얻을 수 있을만큼 성장했지만 결혼을 하고는 보통 엄마로서 삶을 택했다고 한다. 여기서 또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피아노를 잘 쳤던 그의 누나가 주부의 삶을 택한 후 선택한 새로운 영역이다. 그것은 그림이란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중요한 업적들을 남긴 조지 거쉰 역시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였다고 한다.

내 경우를 돌아봐도, 어릴적부터 노래와 피아노를 좋아하긴 했지만, 피아노로 대학을 가기로 결정한 후에는 다른 악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배워 보거나 할 기회란 없었다. 부모님이나 나나 그거 하나 배우고 익히기에도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 모두 벅차다고 느낄 뿐이었다. 대학을 가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기 시작한 후에도 여러 악기나 다양한 분야를 함께 공부하거나 익히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간혹, 다른 과 학생이 음악수업을 신청해 들어 올때면 교수들은 그들의 호기심이 치룰 나쁜 학점을 미리 경고하거나 우려하는 게 보통이었다.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 중에도 악기를 하면서 전문적으로 노래를 함께 하거나 다양한 악기들을 동시에 잘 연주하는 이들을 본적이 거의 없다. 작곡하는 친구들만이 다른 악기들을 배울 기회를 가지거나 조금씩이나마 배우는 정도였다.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이제는 좀 바뀌었을까 모르겠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시 학원으로 가기 바빠 자기에게 어떤 잠재된 다양한 능력이 있는지 탐색해 볼 시간이 없는 많은 아이들. 좋은 대학 가느라 젊은 시간 탕진하고 대학 가서는 취직하기 위해 고심하다 취직되면 아침 저녁으로 회사에 충성해야 하는 어른들. 자식이 생기면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이 가진 끼를 찾고 싶은 생각에는 죄의식을 느껴야 할 판인 부모들. 그들 앞에서 먹고 사는 일이 해결 되어야 끼고 재능이고 찾을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우기고 싶다.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아서 모두 한가지 (경쟁에서 이기고 버젓한 대학과 직장을 찾는) 에 정열을 바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저 우리의 욕망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비로운 르네상스인이 아니라면 그것은 우리의 욕망이 우리의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모색하고 발견 하는데 있지 않기 때문다. 그러니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가졌던 르네상스인들을 경외 하는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의 세포 속에 차고 넘치는 재능과 끼를 하루 하루 스스로 죽여가며 살고 있는건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만, 그건 우리가 그렇게 사는 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2009/11/02 13:13 2009/11/02 13:13
Posted by 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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