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06 피아노 - 어린 남자 아이 (2)

내가 가르친 가장 어린 남자 아이는 유치원생들 (대체로 만 다섯살) 이다. 그보다 어린 남자 아이는 아직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여자 아이의 경우는 네 살짜리도 몇명 있었다. 평균적으로 (평균적으로라는 말은 '결코 다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남자아이들의 성숙도가 여자아이들에 비해 낮다. 같은 유치원생이라도 여자 아이들은 남의 말을 이해하고 따르는 능력이나 집중하는 정도와 시간이 남자 아이들에 비해 좋다 (때론 월등히).

특별히 더 어른의 말을 잘 따르지 않고, 활동에 집중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있는 남자 아이에게 어떻게 피아노를 가르칠때는 많은 고민이 따른다. '모든 아이들은 음악을 배우고 할 수 있다는' 스즈키의 말에 적극 공감하는 나는, 그 고민이 해도 해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새로운 유치원생 남자아이가 왔다. '남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 전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번 단 15분만 피아노를 해왔다고 한다. 그것도 쉽지가 않았단다. 아직 아이는 피아노에 거의 흥미가 없어 보였고 그만큼 피아노 위에서 알고 할 수 있는 것들 또한 거의 없었다. 완전히 새로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 아이는 머릿속에 알고 있는 지식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알고 있을까를 계속 시험해 보면서 그걸 스스로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는 거다. 일단, 15분을 기본으로 하기로 하돼, 아이가 집중하는 정도를 봐서 30분까지 늘여 보도록 엄마와 합의를 했다.

예상대로, 피아노를 하자는 말에, 2층으로 뛰어 올라가버리는 그 남이를 일단 피아노 앞으로 불러 오는데도 뭔가 기재가 필요하다. 일단 이번엔 피아노 위의 쵸콜렛 단지와 냉동실에 얼려둔 막대 아이스크림을 이용했다. 피아노를 하면 그걸 상으로 받을 수 있을 꺼라는 점을 상기시키 주었다.

아직도 자세는 반쯤 뒤의 엄마를 향하고 있어도 자리에 앉은 것만 해도 성공. 집중도가 짧고 작은 일에도 금새 방해를 받는 아이들에겐 가능한한 활동시간은 짧아야 하고 아이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공의 정도는 커야 한다. 그래서 피아노 '게임'을 할꺼라는 걸 강조해 했다. 먼저, 하얀건반과 검은 건반 그리고 2개짜리 검은건반과 3개짜리 검은건반을 가지고 아이와 묻고 답하는 게임을 한다. 시키는 대로 잘 할 때마다 크게 환호하고 그걸 종이에 아이가 볼 수 있도록 표시를 했다. 'You won one!'
세개 정도를 계속 잘 맞출때까지 같은 활동을 계속 했다. 아이가 웃는다. 단 몇분이지만 아이가 집중했다. 한 활동을 잘 했다는 표시로 이번에 '빨간 별표'를 기록했다.
"You earned a big red star!

 다음 활동은 손가락 번호. 내가 특정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 번호를 얘기하는 게임을 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짧게. 세번을 연이어 잘 맞추면 다음 활동으로 큰 별 하나를 주고 넘어 갔다.

활동에 변화를 주되 각 활동들은 잘 연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엔 건반 위에서 첫번째 했던 활동 (2개짜리 검은 건반과 3개짜리 검은 건반을 왼손과 오른손 주먹을 이용해 치기) 과 손가락 번호 활동을 합쳤다. 아이에게 ABCDEFG 중 가장 좋아하는 알파벳이 무엇인지 묻고 그걸 2활동을 연계 해 찾게 하는 거다. 아이는 가장 먼저 D를 골랐다. 피아노 위에서 D는 2개의 검은건반 사이에 있으니 왼손 또는 오른손으로 2개짜리 검은 건반을 주먹으로 치개 한 후 (1번 활동) 3번 손가락으로 (2번 활동) 그 사이의 흰건반을 치게 하며,

"This is your most favorite one, D!!"

이 활동까지 아이는 재미있게 집중했다. 그리고 별 세개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좀 어려운 활동을 시도했다. 이번에 지금까지 배운 걸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거다. 지금까지 활동에서 남이와 내가 소통한 짧은 공식들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먼저 만들고 그 공식을 보며 내 음악을 치게 했다.

"2BK + L - 3 (2검은건반을 + 왼손으로 - 세 번 치기) / 3BK + R - 2 (3검은건반 + 오른손 - 2번치기)"

위의 것을 이어서 치면 짧은 음악이 된다.

남이가 내가 만든 것을 치는데 두 번쯤 실패하고 한 번 쯤 성공했다. 그리고는 집중을 잃었다.
뒤에 있는 엄마를 돌아 보며, 자기 너무 많이 했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를 설득해서 마지막 짧은 활동을 마치게 하는 거다.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하거나 아이를 꼬셔서 설득해 내지 못하면 아이를 가르치는데 어려움을 겪게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는 '내 맘대로 엄마나 선생님을 주무를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되서 지도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성향을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

아, 어려운 순간! 일단은, 아이의 감정을 들어 주었다. 정말 열심히 많이 했다는 것.

"I know you feel tired. You worked so hard and did really good job. You are really doing good!!"

더불어 지금까지 별 3개를 얻었고 별 한 개만 더 얻어서 4개가 되면 쵸콜렛 한개뿐만 아니라, 막대하드까지 받을 꺼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너무 잘했지만, 선생님은 네가 만든 음악이 꼭 듣고 싶다고. 해보자고.

남이가 다시 반응을 보였고, 내게 자기의 음악을 불러 주었다.

"2BK + L - 2 (2검은건반을 + 왼손으로 - 두번 / 2BK + R - 2 (2검은건반을 + 오른손으로 - 두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이건 남이가 만들어낸 남이의 음악이다. 그걸 내가 쳤다. 그리고 남이더러도 자기의 음악을 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아까 만든 내 음악을 치고, 남이는 남이 것을 치라고 했다. 남이가 자기 것을 완전히 잘 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활동은 재미있게 마쳤다.

남이가 가진 피아노 교재에서 활용한 건, 어떤 남자 아이가 피아노 앞에 좋은 자세로 앉아 있는 그림 하나. 남이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그걸 다시 함께 보았다. 자세가 좋을 때는 네 자세가 꼭 이 그림의 아이 같다고 칭찬해 줬다. 나머지 활동들은 모두 교재 없이 진행했다. 당분간 목표는 아이가 피아노 위에서 '혼자', 뭐라도 기억하고, '음악적인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별 네 개를 얻고서 남이는 신나게 막대하드를 먹었다.. 물론, 쵸콜렛 하나도 함께.

남이와 내가 피아노 앞에서 벌인 활동은 거의 30분 정도. 위에서 말했듯이 짤은 힘겨루기 (아이를 가르치는데는 이런 '힘겨루기' 가 반드시 존재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이던, 선생님과 학생 사이이던, 사람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과의 힘겨루기에서 자신이 이긴다는 걸 경험하게 되면 아이는 마치 주인말을 전혀 아랑곳않는 강아지같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또는 신경전이 있기는 했지만 무난히 잘 진행되었다. 15분 동안 하는 것도 힘들어 한 아이가 첫 렛슨에 30분 가량의 활동을 별 탈없이 했으니 큰 일 한 셈.

무엇보다 활동 중, 누구도 크게 좌절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활동을 잘 마쳤으니 오늘 렛슨은 '좋았음' 이라고 적어 두기로 한다.
2010/06/06 15:35 2010/06/06 15:35
Posted by 꼼미

BLOG main image
by 꼼미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일상
영화 드라마
논제
책읽기
음악
공연
취미
하루
자료
정치 사회
번역
먹는 일
여행, 구경
영화
번역
음악교육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Total : 51938
Today : 45 Yesterday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