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북서점" 이란 인터넷 서점에서 퍼 온 사진. | ![]()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시집에 기록해 놓은 구입 날짜, 1992년. |
강노래
김정환
- 베드로의 말 (하나)
물 위에 떠있는 것들을 바라보라
흘러가는 것은 덧없고
흘러감 위에 행여 햇빛 반짝일지라도
더있음은 더없이 덧없음을 바라보라
핏줄 세워 눈 신경 곤두세우고
부릅떠, 떠있는 것들이 흔들림
바라보면 떠있는 것은 오히려 나뿐인 것 같이
내가 두 눈 부릅떠 내 자신을 바라보듯이
흐려져 시야에 보이지 않고
감당하지 못하고 그러나 바라보라
떠있는 것 모두 사라지고 덧없는 것 모두 보이지 않는다
그제사 선명하게 시력에 와서 부딪치는
물결 아아 밀려들어오는 물결을 바라보라
물결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과격해 보인다
물결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해 보인다
흘러갈 것 다 흘러가면 이제사 보이는
어떤 흙과 노동과 근육의 역사처럼
물결은 정지해 있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한다
박제된 해일처럼 우리 시야를 때리는
흘러감의 고요를 바라보라
고요함의 진상을 바라보라
진상의 변치 않음을 바라보라
아아 흘러감의 벅찬 감격을 바라보라


2009년 1월 1일 우리 가족은 오스틴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줄기를 따라 노젓는 바바나 배를 탔다. 그 배는 좀 더 큰 지류에서는 정말 위태롭기만 했다. 언제라도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강물이 잔잔하니 무사히 즐겁게 행복하게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물이 가득한 강이란 걸 보면서도 시인들은 역사를 생각하기도 말고 휘청거리는 사람살이를 생각하기도 한다. 밀려오는 물결과 밀려가는 물결을 보면서 다가올 비바람을 예견하기도 하고 그 비바람 후에 다시 올 평화에 대해서 꿈꾸기도 한다.
지금 한국의 시인들은 무엇을 보면서 그 어떤 것을 노래하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