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충전이 전혀 안된다. 망가졌나 보다. 주인 잘못 만나서 화장실 변기물에 빠지질 않나 변기물 씻어 낸다고 주인이 다시 수돗물로 목욕을 시키질 않나... 화분을 떨어뜨려서 화면이 짜짜작 나가기 일보직전으로 만들질 않나... 그러더니 눈 밭에서 일하며 사진찍는다고 설치다가 눈목욕까지 시키다니. 불쌍한 아이폰. 내가 너를 탓할 수만은 없지... 어쨌든, 호빵의 지적대로 배터리가 망가졌는지 충전이 안되니 조금 남은 배터리를 쓸 수가 없다. 꼼짝없이 아이폰을 들고서도 아이폰이없는 신세.

대신 아래층의 노트북을 껴안고 올라왔다. 음악을 잔뜩 받아서. 한국음반들을 잔뜩 받았는데, 그 중의 김형중 2집 음반을 듣는 중이다. 김형중 1집의 대중적인 음악이 시원해서 좋았다. 그래서 6년전 한국을 떠나 올 때 잠시 들렀던 서점에서 다른 음반들 몇개와 함께 집어 들었던 게 이 음반이다. 이 음반을 그 6년 동안 적적할 때마다 들었다. 가만히 듣기도 하고, 미친듯이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김형중 목소리도 담백한 가운데 특색이 있어 좋은데, 음악들이 들어도 질리지 않는 건, 조규만 때문일테다. 조규찬도 한 몫 했겠고. 그렇담 조규만을 좋아하는 걸까 김형중을 좋아 하는 걸까. 조규만 때문만이었으면 이만큼은 아니었겠고, 김형중이 조규만, 조규찬과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김형중이란 가수의 음반을 질리지 않은채로 6년 이상 똑같은 맛으로 음미하진 못했을 것이다.
늙어도 늙어도 청춘의 아릿한 감정 같은 것들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 나만큼 나이 먹지 않은 사람들 중 그걸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은 자신있게 말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아니, 이것도 나만의 몫인지는 모르겠으나, 늙어도 늙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그게 어떠한 종류의 사랑이어든) 들고 나는 감정들을 다 까먹고 살진 않는다. 어디에 숨어 사는 지는 몰라도, 그런 것들 다 안보이게 없는 척 숨어 있다가 이런 노래 들으면 펄떡 펄떡 솟아 오른다. 가슴을 쿵쾅쿵쾅 치고 때리면서. 이게 늙어 가며 지나간 노래들을 듣는 이유다. 우리 윗세대가 흘러간 옛가요들에 눈물 젖고, 7080이 지나간 포크송 들으며 허허로운 웃음 짓는 것도 다 이런 것 때문 일테다. 노래 속에 간직해 두었던 그네들의 사랑한 시절의 기억들.
김형중 2집의 음악과 유치한 가사들은 그러니까 그 6년 이후의 나를 그 6년 이전의 시절들로 이끄는 거다. 우스워도 말이다. 노래는 그런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