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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여자들

 | 하루
2009/07/25 00:19
변해가는 거야 많겠지만 내가 뭐가 변했나 또박 또박 생각해 보려 하면 뭐 그리 크게 변한 것도 없는 거 같다. 문득 그래도 변한 거라면, O형 여자인 내가 B형 여자 같아지고 있다는 거. 내 몸 안의 피가 물리적으로 달라질 일은 없겠고 심리적 의지적 영향으로 피의 성격이 변한 걸까. 논리적 근거를 따질 순 없어도 어쩐지 난 전형적인 O형 여자에서 B형적인 여자로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저 내 바람인가...

참고로 미끈한 내 언니와 똑부러지는 주황이 B형이다. 그네들은 만난적도 별로 없는데 기가막히게 똑같은 대사들을 읊어 댄다.

사는 게 별거니, 하루 하루 웃을 수 있고 행복한 게 제일이다.
새로운 걱정거리는 계속 오잖니. 걱정거리 하나 지나가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온다. 늘 새롭게 오는 걱정거리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면 우린 평생 행복할 수 없잖아. 웃을 수 있는 오늘이,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거지. 우리가 웃을 수 있다면 매일 매일이 인생 최고의 날 아니겠니.

그 둘은 똑같이 삐쩍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고 무신론자이며 아이 둘, 남편, 친정 시댁 식구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직장일을 계속해 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영화, 음악, 공연, 미술, 여행,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여유로운 엄마이고 남편에겐 현명한 아내인 편이다. 그건 그들이 가진 삶의 태도에서 비롯한 거라고 난 믿는다: '사는 게 별거냐....' 둘다 작은 일에도 쉽게 울지만, 삶의 지독한 골목에서는 오히려 담대하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 거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자기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다.

주황과 그애의 남편의 얼굴에 미끈한 내 언니와 형부의 얼굴이 내내 겹쳐 보이면서 이런 공통점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그들에 대해 말하고 나니 B형인 그들에 비해 나는 역시나 O형인 듯하다. 의지 박약에 배부른 돼지처럼 사는 내가 매일 매일을 뜨겁고 숨가쁘게 보내는 그들에 비교할 수 있으랴 싶다. 공통점이라면 무신론자라는 것과 그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삶에 대한 좌우명, '사는 게 별거냐 오늘을 내 인생 최고이 날이라고 생각하며 살자'.

그런데 갑자기 무지 궁금해진다. 저 둘같은 유형의 여자들의 혈액형을 검사 해 보면 B형이 많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가정을 하고 싶어진다. 뭐, 운명 결정론자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다.


2009/07/25 00:19 2009/07/25 00:19
Posted by 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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