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사가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피아노 조율 소리를 들은지가 언제던가.
조율한지 얼마나 됐냐는 조율사 (이렇게 부르는 건 너무 인간적이지 않게 들린다. 차라리 그냥 데니스이라고 하자), 데니스의 물음에 한 삼년 넘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창동 상가 주택에서 이 피아노를 들여 놓고,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부조율사로 계시던 여자분한테 조율을 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호빵이 애기였을 때니, 족히 10년은 됐을게다. 그런데 그때의 조율이 참 훌륭했다. 내 영창 피아노도 참 괜찮은 편이지만, 난 그때의 조율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울림도 내마음에 들고, 음정도 오랫동안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수많은 (이역만리 미국까지!) 이사를 거치면서, 마침내 전체적으로 피아노의 음정이 떨어지고, 최근 몇년 사이에는 화음을 칠 때 귀에 거슬릴 정도로 음정이 맞지 않게 되었다. 건반의 울림도 갈수록 답답해지고, 낮은음쪽과 높은음쪽의 소리 크기의 균형도 잘 맞지 않아서 좀 섬세한 연습이나 연주를 하려다 보면 손가락의 힘조절을 전과 다르게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조율사를 찾을 보장이 없는데다, 한번의 조율은 최소 $100 (현재 14만원 정도 되나?) 의 돈은 지불하기 때문에 선뜻 조율을 결심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또 언제 이사를 하게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미시건으로 이사와 벼르고 있던 조율이 문선생님을 만나면서 해결 되었다. 연주회용 피아노와 가정용 피아노, 두 대를 소장하고 계신 선생님에게 조율사를 추천해 주십사 했던 거다. 전화번호를 받아 시카고를 가기전 약속을 잡고, 드디어 오늘, 이른 아침부터 쌀쌀한 날씨 속을 달려온 데이빗이 내 영창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88개의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하나씩 음정을 맞추고 (tuning), 다음엔 개별 음들이 잘 어울려 독특한 음악적 소리로 어울리게 (voicing) 한다. 피아노는 피타고라스 콤마라는 수학적 오차를 무시하면서 각각의 진동수차를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가진 (우리가 잘 구별할 수 없는 차이로) 12개의 음계의 짝을 8개 가량 (8개가 채 안되는, 12X7=84) 가진 악기다. 이 오묘한 오차가 음과 음 사이에서 더해지고 빼지면서 피아노 자체가 가진 음색이나 성질과 더불어 또 다른 음색이나 성질을 갖게 된다. 음질 조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음정을 기계처럼 잘 맞추는 게 조율사의 기본적인 기술이라면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대로 음질을 만들어 주거나 피아노가 가진 최대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게 좋은 조율사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피아노와 조율에 대한 새삼 환한 빛을 얻은 건 텍사스 대학원을 다니던 마지막 학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히 개인적으로 읽었던 Grand Obssession (Perri Knize2008) 에서다. 40이 다되어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게 된 이 환경관련 저술가가 경험하고 열어간 그랜드 피아노와 조율의 세계는 내게도 휘황찬란하게 보일만큼 새롭고 깊었다. 늘 이 책에 대한 길고 긴 감상을 올리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여지껏 실행하지 못했지만, 주황에게 이 책을 소개해서 그애가 이 책에 대한 감동과 더불어 첼로를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이 책을 읽고 내가 얻은 또다른 '실제적인' 수확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나 또한 피아노를 다시 보고 다시 즐겼다. 뿐만 아니라, 이젠 의미없이 반복되는 각각의 음들을 몇시간이 넘도록 들어야 하는 조율 시간이 새로운 기대감으로 차오르는 걸 느낀다.
데니스, 조율 잘해주세요~
피아노 조율 소리를 들은지가 언제던가.
조율한지 얼마나 됐냐는 조율사 (이렇게 부르는 건 너무 인간적이지 않게 들린다. 차라리 그냥 데니스이라고 하자), 데니스의 물음에 한 삼년 넘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창동 상가 주택에서 이 피아노를 들여 놓고,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부조율사로 계시던 여자분한테 조율을 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호빵이 애기였을 때니, 족히 10년은 됐을게다. 그런데 그때의 조율이 참 훌륭했다. 내 영창 피아노도 참 괜찮은 편이지만, 난 그때의 조율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울림도 내마음에 들고, 음정도 오랫동안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수많은 (이역만리 미국까지!) 이사를 거치면서, 마침내 전체적으로 피아노의 음정이 떨어지고, 최근 몇년 사이에는 화음을 칠 때 귀에 거슬릴 정도로 음정이 맞지 않게 되었다. 건반의 울림도 갈수록 답답해지고, 낮은음쪽과 높은음쪽의 소리 크기의 균형도 잘 맞지 않아서 좀 섬세한 연습이나 연주를 하려다 보면 손가락의 힘조절을 전과 다르게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조율사를 찾을 보장이 없는데다, 한번의 조율은 최소 $100 (현재 14만원 정도 되나?) 의 돈은 지불하기 때문에 선뜻 조율을 결심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또 언제 이사를 하게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미시건으로 이사와 벼르고 있던 조율이 문선생님을 만나면서 해결 되었다. 연주회용 피아노와 가정용 피아노, 두 대를 소장하고 계신 선생님에게 조율사를 추천해 주십사 했던 거다. 전화번호를 받아 시카고를 가기전 약속을 잡고, 드디어 오늘, 이른 아침부터 쌀쌀한 날씨 속을 달려온 데이빗이 내 영창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88개의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하나씩 음정을 맞추고 (tuning), 다음엔 개별 음들이 잘 어울려 독특한 음악적 소리로 어울리게 (voicing) 한다. 피아노는 피타고라스 콤마라는 수학적 오차를 무시하면서 각각의 진동수차를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가진 (우리가 잘 구별할 수 없는 차이로) 12개의 음계의 짝을 8개 가량 (8개가 채 안되는, 12X7=84) 가진 악기다. 이 오묘한 오차가 음과 음 사이에서 더해지고 빼지면서 피아노 자체가 가진 음색이나 성질과 더불어 또 다른 음색이나 성질을 갖게 된다. 음질 조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음정을 기계처럼 잘 맞추는 게 조율사의 기본적인 기술이라면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대로 음질을 만들어 주거나 피아노가 가진 최대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게 좋은 조율사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데니스, 조율 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