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굶다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뭘까.

번개와 호빵이 두 살 네 살 때도 뻑하면 우리끼리 저녁을 먹어야 했던게 기억난다. 아빠는 회사일로 바빴기 때문이다. 그 후, 파주에 이사와 애들이 네 살 여 섯살이 될때도 아빠는 주중에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유학 준비 한다고 주중에는 고시원에 있는 나날이었으니까.

미국에 와선 아빠가 공부 하느라 바빠도 저녁은 다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했더니, 그것도 딱 2년만에 끝이었다. 오스틴으로 이사해 3년 동안 우린 다시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어야 했으니까. 엄마 아빠 각기 공부한답시고 아이들은 주중에는 아빠없는 아이들이 되어 보내고 주말은 엄마 아빠 공부 방해없이 도서관 주변에서 자기네 끼리 알아서 노는 나날이 계속 되었다.

주중에 아빠없이 밥을 먹을 때면, 우린 늘 아빠를 그리워 했다.

"아빠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랑 이거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빠가 없으니 집이 썰렁해요...."

등등.

그러니 미시건에 와서 온 식구가 다함께 지내며 매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게된 건 축복이다. 특히 아이들의 정신이 한창 크고 있는 지금, 엄마 아빠와 함께 이것 저것 하루를 정리하는 수다를 떨면서 (물론 잔소리를 듣거나 혼이 날때도 있지만)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정서적으로도 좋겠지만, 아이들이 커서도 가족이란 걸 따뜻하고 정다운 거라 여기고, 성인이 된 후에 자신들이 만들어갈 가족의 중요성도 저절로 깨달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가족의 따스함을 느껴본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더 따스하게 가꾸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빵과 번개는 여전히 '엄청 좋은' 아빠랑 함께 지낼 수 없었던 나날들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빠가 혹여라도 주말에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없겠다고 하면 금방 실망하는 얼굴이 된다. 그런 그애들이 어젯밤 아예 저녁 먹기를 포기했다.

이유는, 엄마와 아빠가 냉전에 들어 갔기 때문이다. 불씨는 엄마가 화가 나서 아빠에게 더러운 욕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빠는 엄마의 입에서 근 이십년 동안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욕이 쏟아져 나오자 뒤집어졌고, 그 이후로 온집안은 극도의 긴장에 휩싸였다. 다음날까지 계속된 그 냉전을 감지하고 그렇잖아도 호빵과 번개는 맘이 편치 않았는데, 아빠는 저녁 때가 되어도 오실 기미가 없었다. 호빵이 전화를 했지만 아빠는 금요일 저녁을 함께 못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호빵은 펑펑, 집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미역국을 끓여 놓고 반성하며 기다리던 엄마가 호빵과 번개에게 우리 먼저 저녁을 먹을까 물었지만 아이들은 아빠가 오실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선언했다.

번개가 다시 전화를 시도, 아빠가 밤 10시쯤 들어 온다는 대답을 겨우 받아냈다. 10시에 아빠가 오면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배고픔을 달래는 강아지들처럼 모여앉아 영화를 보며 시간을 죽였다. 약속했던 10시가 되어도 아빠가 오지 않길래 너희라도 저녁을 먹을래 다시 물었지만 호빵과 번개는 여전히 먹지 않겠다고 했다. 기다리다 지쳐 호빵은 책을 보다 들어가 자고 번개는 엄마 침대에서 기운빠진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다 스르르 잠들었다.

엄마는 12시가 다 되어 들어 온 아빠와 미역국을 차려 먹으며, 엄마의 못난 행동에 돌이라도 씹을 듯이 돼지같이 먹어 대는 두 아들들을 쫄쫄 굶겼단 생각이 들어, 밥말은 미역국에 눈물도 같이 말아 먹어야 했다.

수많은 가족이 기러기다 뭐다 헤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런 경험이 없지 않고, 지금도 간혹 간혹 '기러기 할 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살다보면 피치 못하게 여러 방식의 삶을 선택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란게 얼마나 소중한가는 잊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리고 다시는 돌아 오지 않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만은 평생 남아 있을테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가 되새기며 그 시간을 맘껏 즐기고 맘껏 사랑하고 맘껏 행복해 했으면 좋겠다.

참, 엄마 아빠의 냉전은 온 가족이 다시 함께한 점심 식탁에서 호빵과 번개가 지켜 보는 가운데 엄마가 아빠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는 걸로 화해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후문.

Posted by 꼼미

2010/02/13 17:48 2010/02/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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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리, 5대 2

처음으로 번개의 축구팀이 이겼다. 5대 2.

처음 시작할 때는 저래가지고 어떻게 축구를 한다고들 설치나 했는데, 역시나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거의 매 주 한 번의 연습과 한 번의 시합이다. 우리의 조기 축구회처럼 매일 아침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쁜(?) 일정 속에 이틀씩 시간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열심들이다.

몇 분을 남기고 3대 2까지 쫓기는 바람에 조마 조마 했었는데, 막판에 두 점을 추가하고 가볍게 승리를 낚았다. 오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광판 인증샷~


Posted by 꼼지

2010/01/28 17:26 2010/01/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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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배우기

중학교에 들어간 호빵은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게 됐다. 일본어나 중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 했는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중에 선택해야 한다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한 주 한 주 배워가기 시작하면서 자기가 수업에서 한 것들을 들고 와서 얘기해 준다. 아침인사며, 저녁 인사며, 공손한 아침인사며 편한 아침인사며... 연필, 공채, 지우개, 책상... 같은 단어들도 그림과 함께 들고 와서 엄마 아빠에게 얘기한다.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

"프랑스어가 재미있는 모양이구나.." 했더니,

"근데 프랑스 시간 싫어요. 선생님이 싫어요. 재미도 없고 엄하기만 하고..."

"--; ..."

중학교 애들한테 프랑스어 가르치는데 선생님이 뭐 엄할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실망스럽다. 그래서 다른 동기를 줘본다.

"너, 이모가 진짜 프랑스어 잘하잖아. 나중에 이모 만나 프랑스어로 말하면 진짜 재미있겠다... 왕, 부럽다~ 엄마도 좀 가르쳐줘라...."

아이들이 뭘 배워도 배운만큼 써먹을 수 있도록 선생님도 어른들도 잘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Posted by 꼼미

2010/01/26 10:21 2010/01/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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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

호빵에게는 매일 적당량의 뽀뽀를 바칠 것을 명령하면서 길들였지만 번개는 뽀뽀를 태생적으로 좋아 한다. 께안고 뽀뽀하는 걸 핏속에 타고났다.

매일 아침 브라이언이 아침 8시 20분이면 정확하게 번개를 데리러 온다. 2분도 안걸리게 가까운 학교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가기 위해서다. 번개는 일찍 준비가 끝나도 브라이언에게 가지 않는다. 혼자 걸어 가는게 싫어서다. 대신 브라이언에게 전화한다. 그리고 올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브라이언이 문앞에서 기다리는데도 번개는 문을 나서기전 엄마에게 두 세번 뽀뽀 (오른쪽 뺨, 왼쪽 뺨, 입술) 하는 일을 생략하지 않는다. 자기가 가는데도 엄마가 문앞에 있지 않고 식탁에 붙박고 있으면 신발을 신은 채로 식탁까지 와서 뽀뽀하고 간다. 엄마가 혹시라도(!) 침대에 퍼져 있는 아침엔 신발 벗고 침대까지 와서, "나 나가면 꼭 문 잠그고 계세요. 뽀뽀~" 하고 간다.

오늘 아침, 여유를 부리는 꼼지와 식탁에서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느새 브라이언이 왔고 깜짝하는 사이 번개가 문닫고 나가버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이런! 저것이 오늘은 뽀뽀도 없이 가네!"

하는데... 누군가 다시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웃으며 문으로 달려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번개다.

"엄마 저 다녀 올께요... 뽀뽀~"

뽀뽀를 깜빡 잊고 갔다고 다시 집으로 온 번개.
평생 잊지 못할 기억 목록에 남을 일이라 적어 둔다.


Posted by 꼼미

2010/01/26 10:12 2010/01/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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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잡이

번개는 축구라도 하는데 호빵은 이 겨울 하는 운동이 없다. 그러더니 겨울들어 혼자서만 한 일주일 넘게 콜록 거렸고 기침이 가라 앉은 후에도 이제나 저제나 저게 또 아프지나 않을까 간당 간당이다.

학교에서 돌아 오면 방긋 방긋 웃음으로 "오늘은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 없어서?" 하는 엄마의 물음에 이 얘기 저 얘기를 늘어 놓기 시작한다. 어제는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다고 했다. 누가 골대막을 건가 서로 미루다가 아이들이 다 자기를 쳐다 보았단다. 고개를 떨구고, "okay..." 말하며 골잡이가 되었다는데, 자기가 세 골을 잡아 내고 결국 지네 편이 이겨서 모두 좋아 했다고 했다. 친구들이 "너 다음에도 골잡이 해라" 했다고.

학교는 작은 세상이고 친구들은 미래의 동료들일텐데 자신도 그들과 어울려 뭔가를 이뤄 냈다는 기분 아니었을까. 함께 손을 높이 쳐들어 소리지르며 기뻐해 주었다. 나도 무지 기뻤으니까.

Posted by 꼼미

2010/01/26 10:01 2010/01/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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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HARRYKWON'S YOUTUBE CHANNEL

I have a YouTube channel. I have some videos that nobody's watched yet. I want some people to watch my videos. Some of them are one of my first video called Zamamee the Elite. I also have game glitches and gameplays. I only have Halo: Combat  Evolved, Halo 2, and Halo 3 gameplays and glitches so far though. ( Halo is a science fiction shooting game. Rated M for Mature (17 +) .)  I hope people will watch some of my videos. Just type in SUPERHARRYKWON in the search engine (box) and you will get all of my videos.

Posted by 호빵

2009/12/27 20:46 2009/12/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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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우리문화유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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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와 외할아버지가 이번에도 엄청 큰 상자 가득 한국물품들을 보내 주셨다.
특히, 이번엔 엄마 아빠를 위한 한국 책 말고도, 만화로된 <우리 문화유산 답사기> 경주편과 서울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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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은 그날부터 그 책을 열심히 보기 (만화니까) 시작했다. 번개의 관현악단 연주회에 가는 차안에서도 내내, 기다리는 홀에서도 내내 읽었다. 한권을 다 보고는, 나머지 한권도 연주회에 가지고 올껄 하며 아쉬워 했다. 결국 그 두권을 이틀내로 다 봤다.

이번 것도 좋아 했지만, 미국 올 때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이야기도 잘 읽었고 마법천자문도 호빵이 보고 또 보는 한국 만화들 중 하나다.

호빵이 <문화유산 답사기>를 열심히 보니, 번개도 따라 조금씩 본다. 형아가 해주는 얘기가 재미있는지 열심히 들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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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은 요즘 학교에서 친구들이 맨날 한국말 해보라고 한덴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 한국애는 호빵 하나다. 그래서 친구가 하는 말을 한국말로 해주면 친구들이, "cool~!!!" 하며 좋아 한다며 신이 나 한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여전히 태극기를 방 한 벽에 붙여놓고 지내고, 사회시간 발표할 때도 꼭 한국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고 싶어 한다. 이번 겨울방학 직전 학교에서 놀이 시간이 있었을 땐, 윷놀이를 친구들이랑 하고 싶다고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거 참 재미있겠다고 저녁에 다함께 윷놀이를 해보자고 했다. 직접 해보는 게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바다와 함께 윷놀이를 하며 재밌다고 신이 났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 온 호빵에 물었다. 어땠냐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서로 하고 싶어 했단다. 그래서 여러명이 여러팀을 만들어서 해야 했다며이야기가를 한보따리 풀어 놓았다.

이모 덕에 호빵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힘을 받았다. 만화든 소설이든 영화든 뭐든... 호빵과 번개가 관심을 가지고 즐기며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다. 호빵과 번개가 잘 봐주니 이모도 기분 좋아할꺼라 믿는다. 감사하다.

Posted by 꼼미

2009/12/24 19:18 2009/12/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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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네 관현악단 겨울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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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지가 해 놓은 노란 화살표 아래

번개가 속한 플린트 청소년 심포니 (Flint Youth Symphony Orchestra) 가 겨울 연주회를 했다. 플린트 음악 학교 (Flint Institute of Music) 의 가장 상급반 관현악단이라 도전적인 곡들을 연주한다.

이번에 연주한 곡들로는 스트라빈스키 <불새>, 차이코프스키 <Marche Slave: 슬라브 춤>, 그리고 생상의 피아노 협주곡 5번 1악장. 조금씩 편곡된 것들이긴 하지만 대체로 원곡과 비슷하다. 특히 스트라빈스키 곡은 리듬과 음 구성이 꽤 난해하여 듣기도 쉽지 않지만 연주하기도 쉽지 않다.

Stravinsky, <Firebird>, 중 "지옥의 춤 (Infernal Dance)" 앞부분



번개는 이제 자기네 악단의 곡들이 가장 흥미롭고 재미가 있단다. 콜 (Cole) 과 짝이 된 이후론 그의 연주 스타일을 얼마나 따라하는지 모습이 '작은 아시안  콜' 같아 졌다. 연주회 첫곡이었던 이 곡을 연주할 때 청중들이 깜짝 놀라도록 하자고 지휘자가 그랬다면서, 엄마도 깜짝 놀랄꺼라며 번개는 굉장히 들떠 있었다. 연주회에 앞서 학생들이 자기네 연주에 대해 스스로 기대에 부풀도록 한 지휘자와 "음악으로 사람들을 놀래켜야지"하고 연주한 아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 작품을 정말로 사람들이 젤로 환호하며 좋아했을만큼 훌륭했다.

이 관현악단의 지휘자이자 FIM 의 부대표이기도한 다빈 토리 (Davin Torre) 는 훌륭한 선생님이자 지휘자다. 그녀의 리허설을 늘 지켜 보지만 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숙한 아이들을 어찌나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늘 북돋아 준다. 뿐만 아니라 음악적 영감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 끊없이 노력하는게 보인다. 매번 혼자서 감탄한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비올라 주자이기도 했다는데 이 음악학교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꽤 오랫동안 맡아온 듯하다. 리허설은 학생들과 지휘자 사이의 토론과 제안으로 매시간이 새롭고도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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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초등학생이라 편집자가 틀렸다고 생각하고 middle school 로 고친듯

연주회가 다 끝나고 객석으로 찾아 온 번개와 함께 연주회장을 나가는데, 앞의 사람이 번개를 보더니 아는 척을 하며 말했다.

너희 진짜 잘하더라... (Hey, you guys were really good!)

번개는 무대에 서니 더 쪼그맣게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다 핑 돌 지경이었다. 호빵도 나도, 꼼지도 번개 스스로 자신을 뿌듯해하고 즐기면서 연주하는 걸 보아서 무척 행복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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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에 찾아와준 친구와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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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이쁘고 자랑스러운 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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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과 함께 있으면 늘 흥분하는 번개.... 둘을 함께 보고 있으면 진짜 재밌다. 키가 제일 큰편에 속하는 콜과 키가 제일 작은 번개. 흑인인 콜과 아시안인 번개. 근데 둘이 만나면 서로 너무 좋아하는 둘. 축복이다.

Posted by 꼼미

2009/12/22 22:39 2009/12/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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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무당벌레

시카고 시내를 걸으며 돌아다니던 첫 날, 미시건 에버뉴 (Michigan Ave) 를 걷다가 아이들이 멈춰섰다. 길 한바닥에서 무당벌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이 무당벌레를 잡는다. 장갑을 껴서 무당벌레가 잡히지 않아 장갑을 벗었다. 무당벌레를 잡아 손바닥에 올렸다. 그걸 어찌할가 보았더니, 풀 위에 놓아줘야 하겠단다. 바로 옆에 길거리 쪽으로 자리를 놓은 식당이 있다. 그 식당에서 실외자리를 위해 꾸며 놓은 화단에 무당벌레를 옮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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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꼼미

2009/11/30 16:16 2009/11/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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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변호를 못했다는 후회

호빵과 번개를 키우면서 후회하고 반성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골백번을 넘어 수천번 수만번은 될게다.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에게 왜 좀 더 따뜻하게 애정어린 말로 충고하고 가르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더 든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이 들어 가고, 아이들은 커가면서, 애들이 가진 본성, 애들이 느끼는 마음 같은 것의 편에 서려고 좀 더 노력하게 된다. 특히, 이젠 삼춘기를 넘어 사춘기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정말로 그렇다. 진심이다.... 끙~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내고 혼내기 보다는 두고 보게 되는 일이 잦다. 이렇게 조금 기다려 보려는 엄마를 이해해 주고 스스로 속히 속히 깨달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이 어찌 그런가. 그냥 지멋대로일 때가 많지...

실내악 공개 교습 (master class) 이 있었다. 젊고 생기 넘치는 하렘 4중주단 (Harlem Quartet) 이 와서 플린트 음악학교의 실내악 장학생들을 가르치는 행사였다. 제일 어린 실내악반인 호빵네 4중주단이 첫 순서였다. 호빵은 무슨 일인지, 시작부터 뚱한 표정으로 비협조적이었다. '저 놈이 또 왜저러나' 싶었지만, 연주를 앞둔 애에게 화를 내고 혼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받아 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호빵이 첼로를 늦게 꺼내고 준비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첫번째 순서로 연주하기 전, 다 같이 연습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여전히 뚱한 표정과 행동으로 연주와 매스터 클래스를 끝내고도, 호빵은, 자기 이제 연주회장 밖으로 나가면 안되냐는 둥, 다른 사람들 연주하고 렛슨 받는 거 보기 싫다는 둥 하면서, 얼굴을 푹 숙이고는 죽상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란, 그저, '네 기분이 안좋은 거 같은 건 알겠는데, 밖에 나가선 안되고, 여기서 끝까지 남들 연주하고 렛슨 받는 거 봐야 한다'고 말하는 거였다.

호빵이 얼마나 답답해 보이고, 호빵에게 열을 받았는지, 통로를 두고 떨어져 앉았던 호빵의 현재 첼로 선생 토빈 박사 (Dr. Toben) 가 훌쩍 몸을 일으켜 손을 뻗어 호빵의 몸을 흔들면서, '저거 하는 거 잘 봐야 되는 거야 (Pay attention to it)' 하더군.

그렇게 모든 공개 교습 순서가 끝나고 사람들이 자리를 뜨면서, 토빈 박사와 마주쳤다. 호빵의 다음 렛슨에 대해서 얘기 하다가, 호빵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호빵이 너무 느리다는 거다. 그리고 뭔가를 지적해서 고쳐주면, 다음 번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고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면서, 번개는 또 정반대란다. 갠 아주 속도전이고, 급하고, 둘이 완전히 정 반대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내가 한 대답이란, 이런 것들 이었다.

'나도 안다. 걔 (호빵) 가 정말 느리다. (한술 더 떠서) 그리고 대체로 열정이 없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엄마로서 걔를 몰아 붙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리고 난 정말 때때로 남자 애들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다. 남자 아이들만 둘인데, 가끔 정말 걔네가 너무 이해가 안갈 때가 있다. 그래도 걔 (호빵) 가 너 좋아 하는 것 같고, 네 얘기 많이 하고, 네 말은 듣는 거 같다. 그러니까 네가 걔 좀 밀어 붙여줘라.'


그런데 위에서처럼 내가 한 말은, 정말 호빵을 '위한'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호빵의 단점만을 드러내면서 그애를 흉보고 비난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로서 '나도 어찌 할 수 없는 애다'라는 말 같은, 호빵을 진정으로 위한 말이 아니었고, 그저 나를 낮추고 선생에게 맞장구를 치는 걸로 끝난 말이었던 것만 같다. 엄마인 내가 자기 아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 하고 있다면, 선생님 (그 선생님이 월등히 뛰어난 교육자가 아니라면) 도 똑같은 편견으로 아이를 대하기 십상이다. '쟨 쟤 부모도 그렇게 생각하는, 그런 애. 그러니까 그 나쁜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혼내든, 때리든??!!!) 고쳐 버려야 하는 애' 같은 생각을 하기 쉽다는 거다.

내가 해야 할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호빵은 느리다. 걔의 타고난 성격이다. 느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잘 협조 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게 숙제다. 그리고 그애는 천천히 배우는 편이다. 하지만, 한 번 자기의 마음을 바꾸고 배우게 되면 잊지 않고 깊이 새기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첼로도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잘 못하는 것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첼로 연주하는 걸 좋아하고 음악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 선생님들도 그랬고 내 생각에도 그런데, 그애의 첼로 소리는 좋은 편이라, 네가 다른 기술들을 잘 가르쳐 주면 많이 발전꺼다. 네가 그애를 많이 격려해 주고 그애에게 음악적 영감을 많이 주리라고 믿는다. 그러면 그애가 훨씬 더 발전하지 않겠나. 나도 엄마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뭐 이런것들...

부모로서든 선생으로서든, 우선적으로는 아이가 가진 장점을 먼저 보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뭘 잘못하거나 제대로 못하면, 정말 꼴보기 싫고, '저게 바보지 정상이야...'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다 보면, 아이를 바보로 놓고 모든 걸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장점 열 개를 먼저 뽑아 보고 단점 하나를 꼭 집어 고치자고 해보면, 그건 정말 그 아이를 발전 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호빵은 느리고,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는 것에 젬병이다.
하지만, 그앤, 정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자동차에 대해서 많이 알고, 요요마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며, 첼로와 피아노로 자기만의 즉흥적인 음악을 만들 줄 알고, 자기가 배운 첼로 곡들을 복습하는 걸 좋아하고, 대한민국 태생이란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고, 한국말을 잊지 않고 계속 잘하려고 노력하고, 엄마의 일도 잘 도와주고, 동생을 많이 많이 사랑해 준다.

나는 호빵이 늘 아스퍼거 신드롬 (Asperger syndrom) 의 경계에 있는 아이가 아닌가 생각해 왔다. 만약 이 야가 아스퍼거 신드롭 진단을 받아, 그 대상자로 인정받고, 교육받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적절한 평가와 노력을 끌어내게 된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봤다. 보통과 특별함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내 아이에게 어떤 점은 보통이겠고, 어떤 점은 특별할 수 있다. 그 특별함은 보통 이하도 될 수 있고 보통 이상도 될 수 있다.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야 할 것은, 일단 아이의 특성에 관한 정보들을 덤덤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열받지 말고, 호들갑스럽지 않게. 그러면서, 각각의 특성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계속 돌보아주는 거다. 물론,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Posted by 꼼미

2009/11/13 09:44 2009/11/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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