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변호를 못했다는 후회

호빵과 번개를 키우면서 후회하고 반성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골백번을 넘어 수천번 수만번은 될게다.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에게 왜 좀 더 따뜻하게 애정어린 말로 충고하고 가르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더 든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이 들어 가고, 아이들은 커가면서, 애들이 가진 본성, 애들이 느끼는 마음 같은 것의 편에 서려고 좀 더 노력하게 된다. 특히, 이젠 삼춘기를 넘어 사춘기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정말로 그렇다. 진심이다.... 끙~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내고 혼내기 보다는 두고 보게 되는 일이 잦다. 이렇게 조금 기다려 보려는 엄마를 이해해 주고 스스로 속히 속히 깨달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이 어찌 그런가. 그냥 지멋대로일 때가 많지...

실내악 공개 교습 (master class) 이 있었다. 젊고 생기 넘치는 하렘 4중주단 (Harlem Quartet) 이 와서 플린트 음악학교의 실내악 장학생들을 가르치는 행사였다. 제일 어린 실내악반인 호빵네 4중주단이 첫 순서였다. 호빵은 무슨 일인지, 시작부터 뚱한 표정으로 비협조적이었다. '저 놈이 또 왜저러나' 싶었지만, 연주를 앞둔 애에게 화를 내고 혼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받아 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호빵이 첼로를 늦게 꺼내고 준비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첫번째 순서로 연주하기 전, 다 같이 연습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여전히 뚱한 표정과 행동으로 연주와 매스터 클래스를 끝내고도, 호빵은, 자기 이제 연주회장 밖으로 나가면 안되냐는 둥, 다른 사람들 연주하고 렛슨 받는 거 보기 싫다는 둥 하면서, 얼굴을 푹 숙이고는 죽상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란, 그저, '네 기분이 안좋은 거 같은 건 알겠는데, 밖에 나가선 안되고, 여기서 끝까지 남들 연주하고 렛슨 받는 거 봐야 한다'고 말하는 거였다.

호빵이 얼마나 답답해 보이고, 호빵에게 열을 받았는지, 통로를 두고 떨어져 앉았던 호빵의 현재 첼로 선생 토빈 박사 (Dr. Toben) 가 훌쩍 몸을 일으켜 손을 뻗어 호빵의 몸을 흔들면서, '저거 하는 거 잘 봐야 되는 거야 (Pay attention to it)' 하더군.

그렇게 모든 공개 교습 순서가 끝나고 사람들이 자리를 뜨면서, 토빈 박사와 마주쳤다. 호빵의 다음 렛슨에 대해서 얘기 하다가, 호빵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호빵이 너무 느리다는 거다. 그리고 뭔가를 지적해서 고쳐주면, 다음 번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고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면서, 번개는 또 정반대란다. 갠 아주 속도전이고, 급하고, 둘이 완전히 정 반대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내가 한 대답이란, 이런 것들 이었다.

'나도 안다. 걔 (호빵) 가 정말 느리다. (한술 더 떠서) 그리고 대체로 열정이 없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엄마로서 걔를 몰아 붙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리고 난 정말 때때로 남자 애들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다. 남자 아이들만 둘인데, 가끔 정말 걔네가 너무 이해가 안갈 때가 있다. 그래도 걔 (호빵) 가 너 좋아 하는 것 같고, 네 얘기 많이 하고, 네 말은 듣는 거 같다. 그러니까 네가 걔 좀 밀어 붙여줘라.'


그런데 위에서처럼 내가 한 말은, 정말 호빵을 '위한'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호빵의 단점만을 드러내면서 그애를 흉보고 비난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로서 '나도 어찌 할 수 없는 애다'라는 말 같은, 호빵을 진정으로 위한 말이 아니었고, 그저 나를 낮추고 선생에게 맞장구를 치는 걸로 끝난 말이었던 것만 같다. 엄마인 내가 자기 아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 하고 있다면, 선생님 (그 선생님이 월등히 뛰어난 교육자가 아니라면) 도 똑같은 편견으로 아이를 대하기 십상이다. '쟨 쟤 부모도 그렇게 생각하는, 그런 애. 그러니까 그 나쁜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혼내든, 때리든??!!!) 고쳐 버려야 하는 애' 같은 생각을 하기 쉽다는 거다.

내가 해야 할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호빵은 느리다. 걔의 타고난 성격이다. 느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과 잘 협조 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게 숙제다. 그리고 그애는 천천히 배우는 편이다. 하지만, 한 번 자기의 마음을 바꾸고 배우게 되면 잊지 않고 깊이 새기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첼로도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잘 못하는 것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첼로 연주하는 걸 좋아하고 음악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 선생님들도 그랬고 내 생각에도 그런데, 그애의 첼로 소리는 좋은 편이라, 네가 다른 기술들을 잘 가르쳐 주면 많이 발전꺼다. 네가 그애를 많이 격려해 주고 그애에게 음악적 영감을 많이 주리라고 믿는다. 그러면 그애가 훨씬 더 발전하지 않겠나. 나도 엄마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뭐 이런것들...

부모로서든 선생으로서든, 우선적으로는 아이가 가진 장점을 먼저 보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뭘 잘못하거나 제대로 못하면, 정말 꼴보기 싫고, '저게 바보지 정상이야...'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다 보면, 아이를 바보로 놓고 모든 걸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장점 열 개를 먼저 뽑아 보고 단점 하나를 꼭 집어 고치자고 해보면, 그건 정말 그 아이를 발전 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호빵은 느리고,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는 것에 젬병이다.
하지만, 그앤, 정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자동차에 대해서 많이 알고, 요요마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며, 첼로와 피아노로 자기만의 즉흥적인 음악을 만들 줄 알고, 자기가 배운 첼로 곡들을 복습하는 걸 좋아하고, 대한민국 태생이란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고, 한국말을 잊지 않고 계속 잘하려고 노력하고, 엄마의 일도 잘 도와주고, 동생을 많이 많이 사랑해 준다.

나는 호빵이 늘 아스퍼거 신드롬 (Asperger syndrom) 의 경계에 있는 아이가 아닌가 생각해 왔다. 만약 이 야가 아스퍼거 신드롭 진단을 받아, 그 대상자로 인정받고, 교육받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적절한 평가와 노력을 끌어내게 된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봤다. 보통과 특별함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내 아이에게 어떤 점은 보통이겠고, 어떤 점은 특별할 수 있다. 그 특별함은 보통 이하도 될 수 있고 보통 이상도 될 수 있다.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야 할 것은, 일단 아이의 특성에 관한 정보들을 덤덤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열받지 말고, 호들갑스럽지 않게. 그러면서, 각각의 특성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계속 돌보아주는 거다. 물론,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Posted by 꼼미

2009/11/13 09:44 2009/11/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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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날

길고 길었던 방학.
지루 했을 법만도 한데 그래도 둘이 집이 좋다며 나름 잘 보냈던 방학이다.
너무 심심해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어디 캠프라도 갈래, 하면 싫다고 하고, 뭐 돈 안드니 엄마는 좋고. 이사 와서는 선생님도 구하지 않았으니 악기 렛슨도 안가고. 그야 말로, 엄마와 열심히 부대끼며 지낸 장장 세 달도 넘었던 기간.

일 년 열 두 달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놀았으니. 사실, 개월수로 보면 거의 네 달이다. 6얼 4일부터 놀기 시작해서 9월 8일에 새 학교를 갔으니. 미국 학교야 방학하기 전부터는 그저 파티하고 놀고 하는 분위기니 5월 중순부터는 놀았다고 해야겠고...

어쨌든. 이사온 동네에서 새로운 학교 등교 첫날.
호빵도 번개도, 엄마도 아빠도 조금 긴장한 것 같은 아침. 오랜만에 학교버스를 탄다.

호빵이네 학교 버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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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먼저,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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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번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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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형아랑 따로 학교 가는 날! 번개는 노심초사.....으~ 혼자서 학교 어떻게 갔다와. 형아도 없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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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내고, 하루 종일 다른 일은 손이 안잡혀서, 조용해진 집을 정리하고 피아노를 치다 보니, 호빵이 올 시간. 여긴 중학생이 초등학생보다 먼저 집에 온다. 학교 버스를 다시 타고 집에 오는 시간이 3:30분. 그리고 번개가 다시 버스로 4시가 조금 넘어 온다.

첫 날을 무사히 다녀온 호빵 얼굴! 밝다!!! 표정은 밝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야기 보따리가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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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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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과 엄마는 번개가 올 때까지 밖에서 함께 기다렸다가 번개를 반갑게 맞았다!!!!

일주일 째, 학교에 다녀 올때마다 학교 얘기로 호빵과 번개 저녁식탁 앞 경쟁이다.
학교가 너무 너무 너무 좋덴다. 아침에도 벌떡 벌떡 일어난다. 학교 가고 싶어서.
엄마도 너무 너무 너무 좋다. 애들이 학교 가는 게 재미있고 좋다잖아.
학교 잘 가주면 너무 너무 너무 고맙지.

애들이 학교를 부담없이 즐겁게 재밌다고 다니는 걸 보는 건 정말 행복하다.
1등, 일류 학교, 이런데 가는 거 필요 없다. 난 그냥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거에 만족할란다.

Posted by 꼼미

2009/09/15 12:37 2009/09/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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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에서 한글 쓰기

이모가 방명록에 글 쓰신 걸 읽고 꼭 답신을 쓰랬더니, 번개가 짜증을 내며 내게 왔다.

'아니, 이놈은 왜 또 짜증이야'.... 생각하면서, 뭔 일인가 싶었더니,

자긴 한글로 답을 달고 싶은데 도대체 뭔 자판이 뭔 글자인지 몰라서 못하겠다며 짜증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옆에서 호빵은, 기가막히게도...... 자판 하나 하나를 다 골라가며 한글자씩 만들어 내고 있는거라. 그러니까, 말하자면 'ㄱ'을 찾기 위해서, 맨 위 'Q' 부터 순서대로 'ㄱ'이 나올때까지 치는거다. 그래서 찾는 게 나오면, 그거 눌러서 글자를 완성하고, 그 다음엔 또다시 맨 위 오른쪽부터 자판을 누르고.... 헥!

게으른 엄마와 아빠 덕에 (엄마 아빠는 한글, 영어 자판을 다 외워서 편하게 치고 있으니 한글 자판이 적혀 있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이 한글로 컴퓨터에 글을 쓰는 걸 미뤄오고 있었는데, 이 김에 해결 하기로 했다. 한국장에서 한글자판 스티커가 있으면 사오자고 여태껏 별러 왔는데, 없으니 만들 수밖에.

필요가 창조를 부른다고, 호빵이 끙끙 거리며 한글 쓰기를 무식하게 계속하고 있는 동안 번개와 나는 임시 한글자판을 만들기로 했다. 메모지에 글자를 하나씩 써서 스카치 테이프로 붙였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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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는, 호빵과 번개, 신나게 방명록서 이모에게 답장을 썼다

방명록에 들리셔서 꼭 한번 읽어 주시라. 한국에 사는 유치원생들보다 못한, 형편없는 한글실력이지만, 미국와서 열심히 노력해 깨우친 결과이니 많이들 북돋아 주시길.

꼼지와 꼼미는 그 답글들을 읽고 신나게 웃어 제끼며 좋은 시간 가졌답니다. ^^

Posted by 꼼미

2009/08/27 21:31 2009/08/2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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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컴퓨터 게임, Halo

번개는 거의 4월 한달 내내를 커다란 장난감 총을 사기 위해 주력했다.

시작은, 형아 생일에 자기가 가지고 싶어한 장난감 총을 선물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총을 가지고 노는 건 싫지만, 호빵맨은 그래도 장난감으로서의 총과 실제 총 사이의 차이와 의미를 충분히 알겠다 싶어 번개의 선물을 허락했던 바다. 하지만, 종종 들리는 동네 꼬마녀석들이 절대 보지 못하도록 안보이는 곳에 잘 보관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어쨋든,

꼼미: "엄마는 사람 죽이는 총이 싫어"

란 단호한 말에도 불구하고, 번개는 어떻하면 엄마의 마음을 돌려서 이번엔 자신의 용돈으로 자기도 그 총을 가질까를 고심했다. 그러면서 엄마를 따라다니며 조건을 제시하는 거다 (그동안 배운대로 말이다).

번개: "엄마, 일주일 동안 짜증도 안내고 말도 잘듣고, 할 일도 잘 하면 총 사게 해줄 꺼예요?"
꼼미: "일주일은 짧아."
번개: "그럼, two weeks?"
꼼미: "몰라, 최소한 엄마가 2주 동안은 볼꺼야. 그래도 몰라. 허락할지...."
번개: "알았어요."

하더만, 십분이 멀다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애의 흥분과 짜증을 눈에 띄게 조절하고 참아낼 뿐 아니라 엄마가 무슨 말을 하면 '네!" 하고 즉각 대답을 하는 거다. '흠, 이렇게 삼춘기를 넘기는 게 아닐까' 하면 엄마는 내심 좋아라 한다.
물론, 몇일이 멀다하고,

번개: "엄마, 이번주는?............ never mind....."
또 번개: "엄마, 이번 일요일에...... 거기..... never mind...."

이런말을 졸졸 따라다니며 하는 부작용은 좀 있었어도 말이다.
꼼지는 내 눈치를 살피면서,

꼼지: "저렇게 갖고 싶어 안달하는데, 좀 사게 해줘라. 그것도 자기 돈으로 산다는데..."

하며 거들었더랬다.

결국은, 번개는 총을 손에 넣었다. 근 한달 가까이 열심히 자신의 품성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면서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와 함께. 그 이후로 번개는 그 총을 가지고 형과 함께 종종 신나게 논다. 하지만, 놀지 않을 때는 아무도 보지 않도록 엄마 옷장에 보관하라는 어명에 따라 넣어 놓는다. 우리집에서 유명한 번개의 건망증은 번개가 총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몇날을 보내도록 돕기도 한다. 이런땐 건망증이 좋기도 하구먼.

호빵의 경우는 해일로 (Halo) 라고 하는 컴퓨터 게임이 요즘 우리집에서 뜨거운 감자다.
알겠지만,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이라면 총쏴서 게임 속의 사람이나 외계인들을 죽여 대는 건데, 엄마가 좋아할리 만무다.
평일날도 그 게임을 다문 한시간이라도 해볼까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첼로들고 들어가 연습하고, 숙제하고, 보충문제집도 풀고, 게다가 피아노 연습까지 해가면서 엄마에게 알랑방구를 뀐다.

호빵: "엄마, 히히히~ Can I?"
꼼미: "뭘, Can I?" (모르는 척...)
호빵: "그거.... Can I?"

아이들이 뭔가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이 비록 고정된 어른 눈에 고까와 보이지 않는 것일 지라도,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지 않으면서도 자기 절제와 조절과 통제를 배워가며 할 수 있는 거라면 적절한 선에서 기껍게 허가해 주는 게 좋은 게 아닐까 한다.

꼼미: "할 일 다 했어? 방도 깨끗이 치워. 빨래도 갖다가 정리하고... 음, 다 ......... 잘 했으니까 '최소한' 한 시간은 할 수 있게 해주마. 시간 지켜!"
호빵: "옙!"


Posted by 꼼지

2009/04/29 11:30 2009/04/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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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을 시키시나요?

핀란드의 교육에 대해 한겨레 신문에 기사가 실렸던 모양이다.
상상초월의 책들을 소개하는 로쟈의 저공비행이란 블로그에서 읽은 내용은 기본적으로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해온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관한 나의 견해와 통하는 바가 있어 반가웠다.

평등과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사회라면 뒤처진 아이들 또는 사회적 약자들을 더 배려하고 더 가르치는 교육을 해야한다는 게 핀란드에서 이루어진다는 교육적 방침이란다. 다음은 그 기사 중, 특히 많은 한국 부모들이 현재 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 중의 하나인 선행학습을 꼬집고 있다.

...................

“선행학습은 금물, 괜히 산만해지죠”

모둠을 중시하는 핀란드에선 선행학습을 금물로 여긴다. 헬싱키에 사는 한국 동포 곽수현씨는 선행학습을 시켰다가 학교에 가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한 동포의 아이를 예로 들었다. “다른 핀란드 아이들은 1시간 걸려 푸는 문제를 5분 안에 다 풀곤 나머지 시간에 친구를 괴롭히고 산만해져 결국 문제학생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 아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모둠의 분위기를 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종합학교의 저학년 단계에선 언어 교육만큼이나 집중력 교육을 중시한다. 집중력이 미래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고 보아서다. 라토카르타노가 집중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특별 배려라 할 만큼 신경을 쏟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집중장애 담당 특수교사는 설명한다. 그런 교육이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핀란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다.(헬싱키(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

미국에 와 살면서 한국에서 잠시 미국학교에 공부하러 오는 어린 애들을 종종 만날 기회가 있다. 그렇게 잠시 미국학교를 다니는 한국애들은 대체로 선생학습에 젖어 있는 아이들이고 그러므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애들의 학교 성적은 '상당히' 좋다. 영어로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소통이 어려워도 영어단어 시험이나 쓰기와 읽기(writing, reading) 점수는 상위권이고 수학은 거의 영재 수준으로 통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가끔 보면, 남앞에서 못하는 거나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고 자신보다 못하는 한국 아이들을 바보라고 놀리거나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원할하게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애들은 늘 남과의 경쟁을 의식하고 그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들처럼 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인데 이미 세상살이에 찌들어 아이들 특유의 호기심과 상상력과 창조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해져본 경우가 사실 한 두번이 아니다.

그 이유가 뭘까....

나 역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애들이 학교 과정을 잘 못따라가지 않을까 간혹 걱정이 될때가 있다. 걱정을 많이 해본 적도 있다. 다행히 지금으로선 특별히 많이 처지고 있지 않아서 특별한 배려나 가르침이 더 필요한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생각해본다. 문제가 되는 건, 욕심이 아닐까. 잘하면 더 잘했으면 싶은거. 과정을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면 영재로 분류되는 과정에 넣고 싶어 하는 거. 영재 수준의 아이들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새' 공부와 과제를 앞서서 시키는 거.

우리가 학습 장애아, 집중력 장애아를 일부러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듯이, 영재나 천재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그애들도 말하자면 특별한 돌연변이로서 여겨져야 할텐데 우리는 일부의 '다른' 아이들을 자기의 아이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로 삼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래도 부모들은 자기의 아이들이 '보통'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게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다.

내 경우엔, 호빵맨과 번개돌이가 보통의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그리하여 아이들을 무리하게 밀어부치지 않고 그저 적당히, 천천히, 즐길 수 있게 만들도록 하자고 마음속으로 늘 되새기곤 한다. 아이가 지금 저걸 하면서 행복해하고 있는지, 적당히 잘 즐기고 있는지, 저걸 하느라 다른 더 중요한 걸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지 엄마로서 스스로에게 늘 물어보려고 노력한다는 거다 (노력!...).

한편, 번개와 호빵맨도 공부를 한다. 과외를 하진 않지만 각자 학교 공부 외에 함께 결정한 규칙에 따라 자습서를 가지고 공부한다. 영어와 수학도 하고 한국어와 한국수학도 한다. 영어와 수학은 자신의 학년과정 또는 한학년 아래 과정을 복습하는 자습서들을 쓰고 있고, 한국어와 한국수학은 미국에서 현재 학년보다 2년 정도 낮은 과정을 아주 조금씩 하고 있다.

기초를 잘 다지기 위해 복습을 제대로 하는게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공부습관을 부담없이 기를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데도 어려움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충분히 알고 있는 것들을 적은 시간 복습 시켜도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걸 보면서, 이 정도도 아이들이 간혹 힘들어 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학교과정을 앞서가는 선행학습을 과외를 통해서거나 부모와 아이들이 실갱이를 벌이면서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천성적으로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성실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런 아이가 아니라면, 아이와 부모 모두 얼마나 서로가 괴로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아이에게 학교 성적을 뛰어나게 잘 받게 할 목적으로 선행학습을 시키느니 그 시간에 다른 훨씬 더 좋은 것들을 하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예체능을 할 수도 있고, 아이를 매일 한시간 동안 함께 책을 읽게 해주어도 좋을테고 부모와 함께 여행이나 즐거운 구경을 하러가도 좋을테다. 물론, 매일 한시간씩 산책을 해도 좋겠고. 함께 놀아주면 더 좋겠지. 친구들과 컴퓨터나 오락 외에 다른 걸로 놀게 해 주는 것도 좋을테고 그저 국어, 영어, 수학 공부가 아니라 자기가  하는 분야를 심도있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상에 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또 혼자 깨쳐나가기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개인 선생님 또는 부모들이 따로 따로 다 가르쳐야 한다면 그런 쓸데 없고 지루하고 수동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 무리한 지식들을 머리속에 구겨 넣느라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력을 펼칠 심심할 틈이 없는 아이들, 밖에서 함께 놀 친구도 친구와 함께 경쟁없이 뛰며 장난칠 능력을 갖지 못한 아이들이 행복한 기억이 없는 유년 시절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나 잘하라고? 그러게... 호빵맨과 번개돌이.... 그 무엇에도 찌들기보다는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줄 알고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꼼지와 함께 좋은 아이들의 좋은 관찰자이자 지원자가될 수 있도록 서로 는계속 계속 반성하고 격려하고 실천하는 길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전체 원문은 다음에서 읽을 수 있다.

http://blog.aladdin.co.kr/mramor/2634264

Posted by 꼼지

2009/03/02 00:25 2009/03/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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